파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무더기로 핀 자주색의 각시취는 무척 화려하다. 사진=조용경
8월 말부터 10월 초에 걸쳐 전국의 높은산자락을 거닐다 보면 키가 훌쩍 큰 풀들의 줄기 끝에 자주색의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가을바람에 예쁘게 하늘거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무더기무더기 피어 있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쌍떡잎식물이며, 국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인 '각시취'라는 꽃입니다.
각시취는 비교적 높은 산지의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랍니다. 줄기는 높이가 30~150cm까지 곧게 자라고, 잔털이 나 있습니다.
각시취는 키가 30~150cm에 달하는 키 큰 식물이다. 사진=조용경
줄기에 달린 잎은 잎자루가 길고, 길이가 10~15cm 정도로 긴 타원형이며 깃꼴로 여러 쌍으로 갈라집니다. 양면에 털이 있고, 뒷면에는 액점(액을 분비하는 점)이 있습니다.
무더위가 가시기 시작하는 8월 말부터 줄기 끝과 여러 갈래로 갈라진 가지 끝에 자주색의 꽃이 핍니다. 총포(꽃의 밑부분을 싸고 있는 비늘 모양 조각)는 10mm 정도로 둥글고, 꽃잎은 길이가 11~13mm 정도입니다.
꽃에 붙는 '각시'라는 접두사는 작고 연약하며 예쁜 꽃들에 주로 붙는데, 각시취는 키가 크고 줄기도 튼튼한 꽃이어서 이름과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자주색 혹은 진한 분홍색의 꽃이 화려해서 화장한 신부 같다는 의미로 붙은 이름 같기도 합니다.
각시취는 꽃말이 연정이다. 누구를 위한 연정일까. 사진=조용경
각시취의 꽃말은 '연정' 입니다. 가을 산을 붉게 물들이며 하늘거리는 모습이 누군가를 향한 애타는 그리움을 호소하는 듯한 모습이어서 그런 꽃말이 붙었을까요?
저도 한참을 그랬지만 백승훈 시인 역시 각시취의 이름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바람 속을 걸어 온 사람에게선 바람 냄새가 나고/ 꽃을 보고 걸어 온 사람에게는 꽃향기가 난다/ 가시밭길을 걸어도 꽃을 보고 걸으면 꽃길이다/ 맛난 나물만 탐했을 뿐 꽃을 본 적이 아득하여/ 도무지 이름이 떠오르지 않던 각시취”
꽃이 예쁘고 가는 털이 있다 하여 '미화풍모국'(美花風毛菊)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각시취는 참취나 수리취처럼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합니다.
통증을 멈추게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약재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