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18일 열린 상하이 포럼에서 글로벌 환경·사회 위기 극복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글로벌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이 달 초 열린 도쿄 포럼, 베이징 포럼에서 ESG 중심의 글로벌 협력방안을 제시해 주목받은 최 회장이 글로벌 ‘ESG 리더’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한국고등교육재단, 최종현학술원, 중국 푸단대가 ‘다가오는 10년, 아시아의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공동 개최한 ‘상하이 포럼 2020’ 개막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상하이 포럼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최 회장은 SK가 설립한 장학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 및 최종현학술원의 이사장 자격으로 참여했다.
최 회장은 개막연설에서 “인류는 지금 글로벌 환경·사회적 위기에 팬데믹까지 더해진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 도전들은 글로벌 사회의 포괄적이고도 조화로운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교토의정서, 파리협약 등 국제협력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환경·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위기를 불러온 인간의 행동과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꿀 제도와 관리방안을 찾아 글로벌 사회가 공동협력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구체적 협력 방안으로 ”무엇보다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 사회적 가치, 신뢰받는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 경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측정 및 보상수단의 진화 발전 ▲공감에 기반한 사회적 포용 등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특히 “ESG 가치 측정 체계가 고도화 할수록 기업들의 경영전략 및 행동 변화도 가속화할 것”이라며, SK는 ▲바스프, 도이치뱅크 등과 비영리법인 VBA(Value Balancing Alliance)을 꾸려 사회적 가치(SV, Social Value) 측정 국제표준을 만들고 있고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 국자위)와도 관련 연구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또 “SK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 Social Progress Credit) 제도를 시행 중”이라며 “앞으로는 ESG 가치가 시장에 의해 책정되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ESG 메커니즘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하이 포럼이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글로벌 협력 및 회생을 이끌어낼 견고한 로드맵을 제시해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201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개인 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며 “기업들은 더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포기해야 할지 주주들에게 물어야 하는 시대가 몇 년 안에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상하이 포럼에는 파울러 레토마키 북유럽 각료회의 사무총장, 수잔 손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 쉬닝성 푸단대 총장, 웨이상진 컬럼비아대 교수 등 학계와 정부 및 국제기구 관계자 20여명이 참여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