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LG화학 등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지난해 동반 상승하면서 잇따라 역대급 성적을 달성했다.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그룹 전반의 사업구조 재편 전략과 이에 따른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서서히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LG그룹 주력기업인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5개 기업의 매출 합계는 2019년 133조2023억 원에서 2020년 138조7377억 원으로 4.2% 증가했고, 영업이익 합계는 3조7647억 원에서 7조6501억 원으로 103.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갱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대표 권봉석·배두용)는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3조 원을 돌파했다. 이 회사는 2020년 매출 63조2620억 원, 영업이익 3조1950억 원을 달성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한 2010년 이후 최대 기록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1.1% 증가해 처음으로 3조 원을 넘었다. 매출도 전년보다 1.5% 늘면서 4년 연속 60조 원을 웃돌았다. ‘집콕’, 비대면 등 새로운 흐름이 위생가전, 공간 인테리어 가전, 대형 프리미엄 TV, IT 기기의 판매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생활가전(H&A사업본부)은 스팀 가전으로 대표되는 신가전 판매 호조, 렌탈 사업 매출 확대 등으로 매출(22조2691억 원)과 영업이익(2조3526억 원) 모두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10.6%)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전장사업(VS사업본부)은 지난해 초 가동이 중단됐던 북미와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이 하반기부터 조업을 정상화하면서 자동차 부품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섰고 신규 프로젝트 매출이 늘어나며 연간 최대 매출(5조8015억 원)을 올렸다. VS사업본부는 올해 흑자전환을 위해 수익 창출 기반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LG화학(대표 신학철)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0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이 회사는 2020년 매출 30조575억 원, 영업이익 2조3532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5.1% 증가한 수치다.
LG화학은 특히 에너지솔루션 부문에서 글로벌 생산거점의 생산 안정화, 매출 성장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388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흑자전환했다. 첨단소재 부문은 LCD 편광판 매각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OLED 소재 생산성 향상 및 경쟁력 확보를 통해 성장기반을 구축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4.1% 증가한 37조3000억 원으로 설정했다. 특히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올해 전기차 시장 성장과 ESS 해외 수주 증가 등으로 5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적자규모를 전년보다 1조3000억 원 이상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4조2301억 원, 영업손실 291억 원을 기록했다. 상반기까지 적자기조가 이어졌지만, 하반기 들어 급반등하면서 3분기에 164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데 이어 4분기에 6855억 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LG디스플레이는 강도 높게 진행한 LCD 구조 혁신과 뚝심 있게 진행해온 OLED 집중 투자, 그리고 POLED 사업기반 강화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통신3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2019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매분기 통신3사 영업이익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매출 13조3436억 원과 영업이익 9101억 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7.8%, 영업이익은 32.6% 증가한 수치다.
이 회사는 지난해 모바일과 스마트홈 등 유무선이 고르게 성장하고, 특히 IPTV는 두 자리 수의 성장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12월 CJ헬로 인수를 마무리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르는 등 시장 재편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해 16년 연속 성장을 이어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7조8445억 원, 영업이익 1조2209억 원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로 화장품 시장이 역신장하는 등 위기상황 속에서 처음으로 뷰티, 생활용품, 음료 등 3개 사업 모두 국내 시장에서 업계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며 위기를 최소화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화장품 부문에서 5 5524억 원의 매출과 9647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처럼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지난해 높은 실적 성장세를 보인 것과 관련,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한층 강화되고 있는 그룹의 사업 재편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LG그룹은 기존 사업 중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사업부문 외에 사업성이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을 과감하게 포기하면서 수익성 저하와 역량 분산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 자동차 부품 등 미래 먹거리로 정한 사업은 과감한 투자로 경쟁력 강화와 시장 확대를 도모해 빠르게 손익분기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이 점차 궤도에 오르면서 주력 계열사 전반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