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들과 다른 류영준, 경력을 보면 카카오의 미래가 보인다

합병이후 CEO 중 네이버 안 거친 첫 인물, 유일한 개발자 출신…카카오식 혁신 DNA 부활 임무


류영준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는 다음과 합병 이후 전임 CEO 4명과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 점을 갖고 있다. 그들과 다른 류영준 대표의 경력에서 카카오가 꾀하려는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신임 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류영준 대표 내정자는 여민수 현 대표와 함께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동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13일 데이터뉴스가 카카오의 역대 CEO 이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류영준 대표 내정자는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였던 최세훈 전 대표를 제외하면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한 이후 카카오를 이끄는 5번째 CEO다.

류 내정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의중이 반영돼 선임된 역대 카카오 CEO 중 유일하게 개발자 출신이다. 

류영준 대표는 10년 전 카카오에 입사해 카카오 보이스톡 개발을 주도하며 개발자로서 주목 받았다. 이후 사업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카카오 금융사업을 총괄했다. 

2011년 카카오 CEO를 맡아 합병 카카오의 첫 CEO까지 역임한 이석우 전 대표는 기자(중앙일보)와 변호사 출신이고, 2015년 9월 카카오 CEO에 오른 임지훈 전 대표는 컨설턴트(보스턴컨설팅그룹), 투자 심사역(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을 거쳤다. 2018년 3월부터 카카오 공동대표를  공동대표에 오른 여민수 대표는 광고기획(오리콤, LG애드), 마케팅(LG전자)을 담당했고, 조수용 대표는 프리챌 등에서 디자인 책임자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대학에서 소프트웨어를 공부한 것도 류 내정자가 유일하다. 류 내정자는 건국대에서 컴퓨터공학(학사)과 정보통신학(석사)을 전공했다. 

학사 기준으로 이석우 전 대표는 동양사학(서울대), 임지훈 전 대표는 산업공학(카이스트), 여민수 전 대표는 신문방송학(고려대), 조수용 전 대표는 산업디자인학(서울대)을 전공했다. 

류 내정자는 또 유일하게 네이버를 거치지 않은 CEO다. 

이석우 전 대표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네이버의 전신인 NHN에서 법무담당 이사, 경영정책담당 부사장, 미국법인 대표를 지냈다. 임지훈 전 대표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 NHN에서 전략매니저로 일했다. 여민수 대표는 2000년부터 9년간 NHN에서 이비즈본부장 등을, 조수용 대표는 2003년부터 7년간 NHN에서 마케팅, 디자인 총괄부문장 등을 맡았다. 

이처럼 네이버 경력자들이 카카오 CEO를 도맡은 것은 김범수 의장과의 인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2000년 네이버컴과 한게임의 합병 후 2007년까지 NHN 대표, NHN미국법인 대표 등을 맡았다. 카카오 CEO들은 이 시기 김 의장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카카오 또는 카카오 계열사(케이큐브벤처스)로 영입된 공통점이 있다. 

류 내정자는 이들과 달리 네이버와 인연이 없다. 류 내정자는 삼성SDS에서 근무하다 2011년 5월 입사한 뒤 줄곧 카카오에서 일했다. 

이처럼 여러 측면에서 전임 CEO들과 다른 커리어를 가진 류 내정자는 부여받는 임무와 역할 또한 이전 CEO들과 다를 전망이다.

역대 카카오 CEO는 각 시기별로 주어진 역할이 있었다. 율사 출신인 이석우 전 대표는 초기 카카오와 다음 합병 당시 대외 업무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큰 논란을 빚은 메신저 사찰 등 위기대응도 이 전 대표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이 전 대표에 이어 카카오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시기에 CEO에 오른 임지훈 전 대표는 젊은 나이에도 컨설팅과 투자심사 경험을 바탕으로 크고 작은 인수합병과 투자를 통한 카카오의 성장과 신성장동력 확보에 중점을 뒀다. 

또 각각 광고·마케팅과 디자인·브랜드 전문가인 여민수 대표와 조수용 대표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 이후 카카오의 약점이었던 수익성 향상과 사업간 시너지를 내는데 주력했다.

카카오는 올해 들어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으며 상당한 사회적 파장에 일으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카오의 새로운 리더에 오르는 류 내정자는 여민수 대표와 호흡을 맞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과 함께 특유의 개발 경험과 사업 추진력을 바탕으로 기술 기반의 도전과 혁신을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주도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류 내정자는 카카오에 입사한 뒤 보이스톡 개발에 이어 2013년 1월 페이먼트사업부 본부장을 맡으며 개발에서 사업으로 영역을 바꿨다. 2015년 10월 다음카카오 핀테크 총괄 부사장에 올랐고, 2017년 4월부터 카카오페이 대표를 맡아왔다.

회사 측은 류 내정자가 카카오 초기에 입사해 카카오의 기업문화와 카카오톡, 커머스, 테크핀 등 서비스 이해도가 높고, 개발자로 시작해 기획, 비즈니스 등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며 카카오페이를 성공적으로 주도해 혁신기업 본연의 DNA를 살려 카카오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사회적 책임 성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카카오의 ‘넥스트 10년’을 그리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도 있다”며 “기술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비전을 지키며 ‘도전’이라는 카카오의 핵심 DNA를 바탕으로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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