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가구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적자기업이 늘었고, 특히 가구업계 1위인 한샘은 가구 업체 중 유일하게 매출까지 줄었다.
20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한샘은 지난해 매출 2조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4% 감소했다. 또 21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한샘은 부동산 경기 악화, 가구 구매수요 감소, 원자재 가격 및 시공비 증가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는 가구 업계 전반에 미쳐 현대리바트, 까사미아 등 다른 주요 가구 업체도 실적이 부진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18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고, 신세계까사도 영업손실이 277억 원으로 확대됐다.
다만, 두 회사는 매출을 늘리며 성장세를 유지했다. 현대리바트의 매출은 2021년 1조4066억 원에서 2021년 1조4957억 원으로 6.3% 증가했고, 신세계까사는 2301억 원에서 2681억 원으로 16.5%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샘의 매출은 2조2312억 원에서 2조1억 원으로 2311억 원 줄어 성장세가 꺾였다. 리하우스(홈리모델링) 부문 매출이 8880억 원에서 6678억 원으로 24.8% 하락했고, 홈퍼니싱 부문이 6780억 원에서 5810억 원으로 14.3% 감소했다.
한샘은 특히 롯데쇼핑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 첫 실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한샘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거액을 투입한 인수 주체들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는 한샘 인수에 3095억 원을 투입했다. 또 지난해 말 428억 원 추가 투자를 확정했다. 롯데는 한샘 인수로 백화점, 건설, 호텔, 가전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예상했지만,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한샘의 첫 CEO를 맡은 김진태 대표집행임원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맥킨지, 현대카드, ADT캡스, 티몬 등 다양한 기업을 거쳐 지난해 1월 한샘의 대표집행임원에 선임됐다.
지난해 4월 증권사를 대상으로 개최한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김 대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고객경험 혁신, 신사업 추진 등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통해 2026년까지 매출 4조 원을 달성하겠다며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 지난해 6월 월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증가하거나 주가가 10만5000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공표해 실적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도 나타냈다.
하지만, 공교롭게 김 대표 취임 이후 부동산 거래량 급감 등 경영 환경 악화가 길어지면서 하락하는 실적을 반등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재훈 기자 jeje@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