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올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력 기업인 한솔제지와 한솔케미칼이 경기 악화와 수요기업 생산감소 등으로 올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 수 감소율을 보였다.
29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솔그룹 상장계열사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0개 계열사 중 8개 기업의 매출이 줄었고, 9개 기업은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한솔그룹 10개 상장사의 매출 합계는 지난해 1~3분기 5조5662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4조9547억 원으로 1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395억 원에서 2284억 원으로 48.0% 하락했다.
현재 한솔그룹의 주력은 제지사업과 소재사업으로, 각각 한솔제지와 한솔케미칼이 주축이다.
한솔제지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6126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8028억 원) 대비 10.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3분기 1228억 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374억 원으로 69.6% 하락했다.
이 회사는 전반적인 제조 경기 악화 속에서 산업용지와 인쇄용지 부문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한솔케미칼은 올해 3분기 매출 5802억 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6689억 원)보다 13.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3분기 1603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1031억 원으로 35.7% 줄었다.
이 회사는 올해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한솔케미칼의 실적도 하락했다. 한솔케미칼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과산화수소와 전구체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회로를 형성하는 식각(웨이퍼 표면을 깍아냄) 공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과산화수소의 경우 국내 점유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4분기를 기점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동률을 높이고 파운드리 신규 공장이 가동하면 한솔케미칼의 실적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한솔홈데코, 한솔피엔에스가 올해 1~3분기 적자로 돌아섰고, 한솔인티큐즈는 적자가 확대됐다.
한솔그룹 상장계열사 중 한솔테크닉스가 유일하게 올해 1~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LCD 모듈, TV 파워보드, 태양광 모듈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3분기 누적 매출 1조2322억 원, 영업이익 561억 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1조2011억 원, 460억 원) 대비 2.6%, 21.9% 증가했다.
한편, 한솔그룹은 최근 지주사 한솔홀딩스 신임 대표이사로 이명길 한솔제지 경영지원본부장을 선임했다. 이명길 대표 내정자는 1993년 한솔그룹에 입사해 재무, 인사, 구매 등 업무를 거쳤다.
한솔그룹은 이 대표 내정자에 대해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재무분야 전문가로 위기관리 능력을 보유해 외부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그룹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적임자로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그룹 재정비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솔그룹은 또 조동길 회장의 장남 조성민 한솔제지 친환경사업담당 상무를 한솔홀딩스 사업지원팀장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조 부사장은 지주사에서 그룹 전체의 전략 기획업무를 담당할 전망이다.
김민지 기자 hones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