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이어 악재가 터진 키움증권이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빠른 시간 안에 악재를 털어내고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게 신임 CEO가 풀어야 할 당면 과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취임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가 임기를 2년가량 남겨놓고 사임했다.
황 대표는 키움증권 전신인 키움닷컴증권 창립멤버로, 투자운용본부장(2007년), 리테일 총괄본부장(2013년), 전략경영실장(2016년)을 역임했다.
황 대표가 취임한 2021년 키움증권은 순이익 9107억 원을 달성, 전년(7062억 원) 대비 29.0%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증시 불황으로 순이익이 5082억 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지난해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본 4조 원을 넘기며 초대형 IB 인가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키움증권과 황 대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 4월 키움증권은 차액결제거래(CFD)를 악용한 '라덕연 사건'에 연루됐다. 김익래 당시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발생 4일 전 다우데이타 주식 605억 원 어치(140만 주)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팔아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았다.
이로 인해 김익래 전 회장은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지난 5월 그룹 회장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했다.
키움증권은 이후에도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렸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7월과 8월 영풍제지를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한 반면, 키움증권은 40%로 유지하다가 영풍제지 거래가 정지된 다음날 100%로 올렸다.
키움증권은 10월 20일 공시를 통해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미수금이 발생됐다"며 "규모는 약 4943억 원이고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수금은 미수거래(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매수)에서 받지 못한 돈이다. 고객이 2거래일 뒤인 결제일까지 주식을 매수한 돈을 갚지 않으면 증권사는 반대매매를 통해 해당 고객 계좌에 있는 주식을 팔면 손실이 나지 않는다.
같은 달 26일 영풍제지 주식거래가 재개됐지만,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매수자가 없어 반대매매도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키움증권은 610억 원을 회수하는 데 그쳐 현재 미수금이 4333억 원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손실액은 4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어서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
황 대표는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미리 100%로 상향 조정하지 않았다는 점과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한 점 등에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표명했고, 지난달 28일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황 대표의 후임으로는 엄주성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이 내정됐다. 키움증권은 오는 1월 임시주총서 엄 내정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엄 내정자는 1968년생으로, 1993년 증권업계(대우증권)에 뛰어들어 자기자본투자(PI)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키움증권에 자기자본투자팀장으로 합류했다.
엄 내정자의 주요 과제는 내부 통제 강화, 투자자 신뢰 회복이다, 연이은 악재로 멀어진 초대형 IB 인가를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