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이어지는 부진에 잇따라 CEO 교체 카드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신세계건설 등 대표이사 교체…경영 악화에 경영전략통 출신 대세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허윤홍 GS건설 대표, 서영재 DL이앤씨 대표 내정자,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 내정자,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


건설사들이 지속되는 업계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수장 교체에 나섰다.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허윤홍 GS건설 대표와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가 신규 선임된 가운데, DL이앤씨와 신세계건설도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다음달 1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서영재 전 LG전자 BS사업본부 IT사업부장(전무)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대표이사에 임명할 예정이다. 

건설사들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부터 철근,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매출원가 부담이 커졌다. 매출을 늘려도 매출원가와 인건비 등 판관비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악화되는 기업이 많았다.

특히 DL이앤씨는 지난해 주요 건설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신규로 출범한 2021년 이후 매년 영업이익이 줄었다. 2021년 9573억 원에서 2022년 4970억 원으로 48.1%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 3307억 원으로 또 다시 33.5% 줄었다.

[취재] 건설사, 수익성 부진에 CEO 교체 카드 꺼내들었다
DL이앤씨는 출범 이후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자) 선두 주자를 목표를 내세웠지만, 업계 불황이 겹치면서 디벨로퍼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플랜트와 토목에서도 지난해 수주를 늘렸지만 수익성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는 지난달 21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됐다. 하지만, 일주일만인 3월 말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는 서영재 신임 대표 내정자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LG전자에 입사한 이후 TV·AV·IT사업부장을 지냈다.

마 대표에 이어 또 다시 LG그룹 출신이자 비건설인을 대표 후보로 선택한 점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주택사업 불황과 기존 사업 수익성 부진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또 다시 비건설인을 대표로 내정하며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와 신세계건설도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각각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허병훈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한다.

이들 신임 CEO는 경영전략통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근 수익성 부진으로 부담이 확대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전략통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대규모의 자금을 대출받아 건설한 뒤 분양으로 발생한 수익으로 대출금을 갚는 구조다. 건설 경기가 호황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사업성이 악화되고 고금리가 이어지면 시행사가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워져 이를 보증한 건설사도 재정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취재] 건설사, 수익성 부진에 CEO 교체 카드 꺼내들었다
특히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말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에 돌입한 태영건설과 함께 꾸준히 PF발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됐다. 이 기업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951.8%로, 2022년 말(265.0%)보다 686.8%p 상승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도 1129억 원에 달한다.

신세계그룹은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는 등 인적쇄신을 진행했다. 영업본부장과 영업 담당도 함께 교체했다.

GS건설도 지난해 10월 대표를 교체했다. 검단 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등으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풀이됐다. 

허윤홍 대표는 신임 CEO 중 유일하게 건설사에 재직해온 인물이다. 2020년 신사업부문을 맡았고, 이전에는 재무, 경영혁신, 플랜트사업 등 GS건설의 여러 분야에 몸담았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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