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따내려는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라틴 아메리카의 인터넷전문은행 누뱅크(Nubank)가 국내외 금융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브라질에서 시작한 누뱅크는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 인근의 라틴 아메리카를 거쳐,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아프리카대륙과 필리핀 등 아시아로 확장하는데 이어 미국으로까지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글로벌 핀테크 스타 누뱅크의 성공사례를 최근 자세히 소개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브라질은 소매 금융의 미래를 지켜보기에 어려운 곳일 수 있다. 하지만, 상파울루에 본사를 둔 누뱅크는 불과 10년 만에 자국 시장을 변화시켰다. 대형 은행들이 외면했던 수백만 명의 고객에게, 지점 없는 저렴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한 것.
시장 가치가 560억 달러(약 80조 6848억원)에 달하는 이 은행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은행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현재 이타우 유니방코(Itaú Unibanco)와 경쟁하고 있다. 2024년 누뱅크는 전년도의 두 배에 달하는 20억 달러(약 2조 8828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브라질을 이미 평정한데 이어 이 나라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누뱅크는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13년 누뱅크가 설립될 당시, 브라질 은행 업계는 과점체제였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6개의 대출 기관이 브라질 전체 은행 자산의 거의 80%를 통제했던 것. 고객 서비스는 뒷전이었다. 계좌를 개설하려면 엄청난 양의 서류 작업이 필요했다. 고객들은 전신 송금, 신용카드 구매에서부터 현금 인출까지의 모든 거래에서 수수료를 부담해야 했다.
2015년 브라질 은행이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이자율과 대출자에게 부과하는 이자율의 격차는 무려 31%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중국의 2.9%포인트, 이웃 아르헨티나의 3.8%포인트와 비교하면 매우 큰 수치. 가난한 브라질인이나 시골 거주자들에게 은행 계좌 개설이란 불가능한 것이었다.
누뱅크의 첫 번째 서비스는 수수료 없는 신용 카드였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신청하고 관리할 수 있게 했다. 누뱅크는 고객이 제공한 정보와 소셜 미디어, 그리고 구매 습관으로 신용도를 평가했다. 2017년에 누뱅크는 은행 라이선스를 확보, 예금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개인 대출, 보험, 중소기업 금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21년 상장 당시 누뱅크는 48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이 중 약 500만 명은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보유한 적이 없는 고객이었다. 누뱅크는 2024년 11월 현재 브라질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인 1억 명이 넘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누뱅크의 성장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연료가 됐다. 무엇보다, 모바일 뱅킹 제공이 시의적절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브라질의 스마트폰 보유자 비율은 15%에서 60%로 증가했다. 지점이 없는 덕분에 비용을 낮출 수가 있었다. 누뱅크는 고객당 지출비용이 기존 은행보다 85%나 적다. 규제의 변화 역시 도움이 됐다. 2013년부터 브라질 중앙은행은 스타트업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더 쉽게 신용을 제공하고, 계좌를 디지털 방식으로 개설하고, 더 나은 신용 평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브라질 중앙은행이 출시한 즉시 결제 시스템 픽스(Pix)는 디지털 뱅킹의 도입을 가속화했다.
누뱅크에는 신생 업체인 픽페이(PicPay)와 씨식스뱅크(C6 Bank) 같은 라이벌이 있다. 메르카도 리브레(Mercado Libre)는 신용 및 결제 분야로 사업을 확장중이다. 메르카도 리브레는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거대 이커머스 기업. 처음에는 적응이 더뎠던 기존 은행들도 이제는 디지털 서비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경쟁업체들보다 더욱 큰 위협은 브라질의 불안한 경제다. 누뱅크가 소비자 대출에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보다 경기 사이클에 위험이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씨티은행의 애널리스트 구스타보 슈로덴(Gustavo Schroden)은 설명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무 불이행이 증가하고 마진이 줄어들며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
브라질 경제에 대한 과중한 노출도 누뱅크가 해외로 향하는 이유 중 하나. 이 회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사장인 데이비드 벨레즈(David Vélez)는 집중된 은행 부문, 열악한 고객 서비스, 계좌가 없는 사람이 많은 등 브라질과 비슷한 비효율성을 가진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누뱅크는 2019년에는 멕시코, 2020년에는 콜롬비아에 진출했다. 수익 마진을 희생하는 대신,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슈로덴은 설명한다. 12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필리핀에서 운영되는 디지털 대출업체 타임(Tyme)의 지분 10%에 1억 5000만 달러(약 2155억 3500만 원)를 지불했다.
누뱅크는 경기 침체와 부패, 대통령 탄핵을 이겨냈다고 벨레즈는 강조한다. 브라질에서 사업을 운영하면서 이 은행은 ‘취약하지 않은’ 은행이 돼 적응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의 말이 맞다면, 누뱅크는 가난한 나라의 은행 업무를 빠르고 저렴하며 완전히 디지털화할 수 있다. 이는 신흥시장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대형 은행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보다) 훨씬 더 부유한 곳의 사람들은 누뱅크에 만족할 것”이라고 게재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