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3편이 100대 21세기 최고 영화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30일 데이터뉴스가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을 분석한 결과, 1위에 한국 영화인 '기생충'이 꼽혔다.
뉴욕타임스는 500명이 넘는 영화 제작자, 배우, 영향력 있는 영화 팬을 대상으로, 각각 2000년 1월 1일 이후 개봉된 영화 중 최고의 영화 10편을 뽑는 투표를 진행했다. 이후 응답을 모아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 목록을 만들었다.
투표에는 봉준호, 페드로 알모도바르, 소피아 코폴라, 베리 젠킨스, 기예르모 델토로 등 오스카상 수상 감독들과 줄리앤 무어, 추이텔 에지오포 등 유명 배우들이 참여했다.
뉴욕타임스 선정작 상위 5위권을 살펴보면, 지난 2016년 BBC가 발표한 '100대 21세기 영화' 5위권과 비슷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바로 1위가 한국 영화라는 것이다. 기존 BBC 선정작 5위권은 '멀홀랜드 드라이브', '화양연화', '데어 윌 비 블러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보이후드' 순으로 구성됐다.
반면, 이번 뉴욕타임스의 100대 21세기 영화 1위에는 봉준호의 '기생충'(2019)이 꼽혔다. 이 작품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에 대한 이야기이자 신자유주의의 참혹함에 대한 맹렬한 질책을 담았다"며, "관습에 얽매이지 안는 장르의 거장 봉 감독은 시종일관 폭넓은 코미디와 통렬한 사회 풍자를 유려하게 넘나들다가, 충격적이면서도 필연적인 비극적 폭력으로 모든 것을 불태운다"고 평했다.
2위에는 데이빗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가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어두운 거울 세계, 할리우드를 다룬 훌륭한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컬트의 황제로 불리는 데이빗 린치는 미국 감독으로, 인기 드라마 '트윈픽스'를 비롯해 '블루 벨벳', '엘리펀트 맨', '광란의 사랑' 등의 영화를 연출했다.
3위는 폴 토마스 앤더슨(PTA)의 '데어 윌 비 블러드'(2007)가 뽑혔다. 이 작품은 19세기 후반 미국의 석유 개발을 배경으로 인간의 야망과 비극을 다루고 있다. PTA도 미국 감독으로, '부기나이트',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마스터' 등을 연출했다.
4위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2000)가 선정됐다. 왕가위 감독은 홍콩 감독으로, 중국에 반환되기 전의 홍콩을 아름답게 박제했다는 평을 받는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유명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모든 것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없이 시적인 매체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전에는 본 적이 없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5위는 배리 젠킨스의 '문라이트'(2016)가 꼽혔다. 이 작품은 동성애 흑인 남성의 삶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인종적 문제의식, 성 소수자 문제를 탐구하고 있다. 배리 젠킨스는 미국 감독이며, 흑인 감독 중 2번째로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한편, 21세기 최고 영화 100위권 내에 '기생충'외에도 한국 영화 2편이 더 선정됐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5)는 43위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는 마치 망치처럼 강타한다"며, "마지막 장면까지 도발적이고 불안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션 베이커, 에드가 라이트 등의 감독들이 이 영화를 최고의 영화 10편 중 하나로 꼽았다.
봉준호 감독의 또다른 작품 '살인의 추억'(2005)은 99위에 선정됐다. 살인의 추억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추격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봉준호 감독은 헤아릴 수 없는 악에 맞서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유머와 날카로운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 한계를 탐구한다"고 평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