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주 LG디스플레이 제조AI실장이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불량 감지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LG디스플레이
“올레드 공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올해 약 20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자체 개발한 AI 어시스턴트로 외부 유로 구독 서비스를 대체해 연간 100억 원 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도 예상됩니다. 또 사무 자동화에 AI를 많이 쓰면서 업무 효율성이 높아져 간접적으로 비용 절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있을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이영주 LG디스플레이 제조AI실장)
LG디스플레이는 5일 ‘AX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사업 전 영역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AI 전환(AX)으로 생산성에 혁신을 이뤘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개발부터 생산, 사무에 이르는 모든 사업 영역에 자체 개발한 AI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적기 개발, 수율, 원가 등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OLED 중심의 각 부문별 성과를 공유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AI가 최적화된 설계 도면을 제안하는 ‘설계 AI’를 활용하고 있다. 첫 단계로 지난 6월 이형 디스플레이 패널 ‘엣지(EDGE) 설계 AI 알고리즘’ 개발을 완료했다.
이형 디스플레이는 정형 디스플레이와 달리 패널 외곽부 엣지 부분이 곡면이나 얇은 베젤(BEZEL)로 이뤄진다. 종전까지는 패널 엣지에 형성되는 보상 패턴(디스플레이의 신호 품질 유지, 픽셀 간 불균형 조정, 전류 공급 안정화 역할을 수행하는 특정 패턴)을 디스플레이 외곽부 디자인에 맞춰 하나하나 다른 형태로 설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기존 이형 디스플레이 설계 시 외곽부 디자인을 수작업으로 매번 다른 구조의 보상 패턴을 설계해야 해 오류나 불량이 빈번했다. 불량이 발생하면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했기 때문에 도면 하나를 생성하는데 평균 한 달이 소요됐다.
LG디스플레이는 이형 설계에 대응 가능한 ‘엣지 설계 AI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했다. AI는 패널 엣지 부분에서 곡면이나 좁은 베젤에 필요한 패턴을 자동으로 설계해준다. 오류는 현저히 줄고 소요 시간은 8시간으로 대폭 감소했다. 담당자는 줄어든 시간만큼 도면의 적합성 판단, 설계 퀄리티 향상 등 고차원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광학 설계에도 AI를 도입했다.
이희동 LG디스플레이 설계 AI팀장은 "광학 특성은 디스플레이에서 사람의 눈으로 인지되는 특성과 외부 광이 반사돼 사람 눈에 인지되는 특성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이러한 빛의 특성을 분석해 사람 눈에 인지되는 색이나 밝기 등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고 있다”며 “광학 시뮬레이션이 복잡하고 해답을 얻기 어려운 부분이라 여러 번 반복 수행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AI 기반 설계 자동화 및 최적화를 통해 5일이 걸리던 업무를 8시간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제품 품질 향상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패널 기판 설계에 최우선적으로 AI 적용을 추진하고, 이후 재료·소자, 회로, 기구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영주 LG디스플레이 제조AI실 실장이 에이전트 AI 수행 예시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이어 제조과정 내 AI 성과를 발표했다.
이영주 LG디스플레이 제조AI실장은 "제조 과정에서 이상을 감지하고, 원인을 파악하고, 또 대책을 세워서 시도를 해도 맞는 대책이 아니어서 여러 번 반복하는 트라이온 에러가 반복되고 있다"며, "그 원인의 모든 해답은 다 데이터에 있지만, 엔지니어들이 데이터를 다 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그래서 결국은 전체 데이터에 굉장히 국한된 영역에서 데이터를 보고 이상을 감지하고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기 때문에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AI는 어떤 데이터든 24시간 365일 다 분석할 수 있어 이상도 즉시 감지하고 감지된 이상의 원인을 바로 분석한 다음 정확한 대책을 엔지니어에게 알려줘 원샷으로 수요 개선이 될 수 있는 체계로 전환을 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DB 스캔 클러스터 기법은 사람 얼굴의 눈과 입의 형태를 분리하는 것처럼 AI가 불량률이 높은 영역들을 1, 2, 3 영역으로 자동으로 분리를 한다. 이후 각 영역별로 어떤 원인 공정이 불량을 만들었는지 자동으로 분석한다. 만약 CVD 공정 5호기의 바디 온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이를 엔지니어에게 알려 조치를 취하게 한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제조의 높은 복잡도를 극복하기 위해 OLED 제조 공정 도메인 지식을 ‘AI 생산체계’에 학습시켰다. 이로 인해 품질 개선에 걸리던 시간이 평균 3주에서 2일로 크게 단축됐고, 임직원 업무 몰입도도 향상됐다. 기존에 수작업으로 수행하던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시간을 설루션 도출과 개선 방안 적용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향후에는 AI가 스스로 판단해 생산성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간단한 장비 개선도 알아서 제어하는 단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또 LG AI연구원의 ‘엑사원(EXAONE)’과 결합해 보다 고도화하는 작업도 예정돼 있다.
이 실장은 "지금까지 AI가 엔저니어가 쓰는 단위 툴이었다면, 이제는 AI가 AI를 활용하고, 사람과도 콜라보하는 형태로 전환하려 한다"며, "앞으로는 AI가 이상을 발견하면 슈퍼 에이전트에 불량 분석 지시를 내리고, 문제가 있는 설비를 다시 스케줄링해 생산에 반영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AI끼리 진행하는 에이전트 AI를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보슬 LG디스플레이 R&D DX팀 책임이 하이디 서치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사내에서도 자체 개발한 AI 어시스턴트 ‘하이디(HI-D)’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올리고 있다.
현재 ‘하이디’는 AI 지식 검색, 화상회의 실시간 번역, 회의록 작성, 메일 AI 요약 및 초안 작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반기에는 보고용 PPT 초안을 작성해 주는 문서 작성 어시스턴트 기능 등 보다 고난이도 AI 업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김도현 LG디스플레이 EA팀 책임은 "화상회의 서비스의 경우 실시간으로 각국의 언어를 동시에 4개까지 통역해준다"며, "회의 종료 후에는 회의록을 자동 요약해 메일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디’ 기능 중 ‘하이디 서치(SEARCH)’는 LG디스플레이 특화 기능이다. 사내 문서 약 200만 건을 학습해 업무 관련 질문에 대해 단 몇 초만에 최적의 답변을 제시한다. 참고 PPT 페이지까지 보여준다. 지난해 6월 품질 검색으로 시작해 현재는 표준, 우수사례, 시스템 매뉴얼, 사내 교육 자료 등으로 검색 범위가 확장됐다. 오는 10월에는 이미지 검색 기능도 탑재할 예정이다.
안보슬 LG디스플레이 R&D DX팀 책임은 "특정 데이터를 조회하고 싶은 경우 질문하면 하이디가 어떤 시스템을 사용하면 되는지 답변한다"며, "시스템 권한 신청 방법 안내, 해당 시스템 매뉴얼과 페이지 접근이 가능하도록 링크까지 제공해 시스템 확인부터 권한 신청 방법, 페이지 이동까지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하이디’ 도입으로 하루 평균 업무 생산성이 이전 대비 약 10%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하이디를 지속 고도화해 3년 내 업무 생산성을 30%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하이디의 두뇌 역할을 하는 LLM은 LG AI연구원의 ‘엑사원’을 활용했다. LG그룹 자체적으로 개발해 내재화한 LLM이기 때문에 보안 안정성이 높고, 외부로의 정보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