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하며 몸집을 불려온 카카오가 최근 2년 새 소속회사를 30개 이상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92개 대기업집단 중 가장 큰 감소폭이다.
17일 데이터뉴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규모기업집단 소속회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8월 1일 기준 카카오의 소속회사는 114개로 집계됐다. 2년 전인 2023년 8월보다 30개 감소했다.
카카오는 2023년까지 소속회사를 빠르게 늘렸다. 매년 8월 1일을 기준으로 2020년 101개로 100개를 넘긴 카카오는 이듬해 128개로 1년 새 소속회사가 27개 증가했다. 이어 2022년 134개, 2023년 144개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었다. 카카오는 2024년 5월 1일 기준 소속회사를 147개까지 늘려 정점을 찍었다.
이 시기 카카오는 인수합병(M&A)과 사업분할을 통해 사업영역과 규모를 빠르게 늘리는 전략을 사용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문화콘텐츠 사업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M&A를 단행하면서 소속회사가 대폭 증가했다. 또 쪼개기 상장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사업 부문을 분리해 상장하거나 투자 유치하기 쉽게 체제를 구성한 것도 소속회사가 늘어나는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23년을 정점으로 변화가 나타났다. 2023년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자회사 정리, 비핵심사업 청산, 매각 등의 움직임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카카오의 소속회사 수는 2024년 8월 124개로 1년 전보다 20개를 줄어든 데 이어 올해 또다시 10개가 줄었다.
지난 4월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넵튠 지분 39.4%를 크래프톤에 1650억원에 매각했고, 카카오엔터 계열 여러 중소 자회사의 매각도 진행되는 등 비주력사업 정리와 조직 효율화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업계 전체가 경쟁 심화, 비용 상승, 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카카오가 보유한 비핵심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낮아지고 경영 자원 분산이 문제로 지적됐고,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골목상권 침해와 같은 비판에 직면한 것도 전략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형 확장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AI 등 신사업에 재원을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카카오톡, AI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비핵심사업으로 정의하고 효율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당분간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소속회사 규모를 줄이고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