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딩카 바티아(Dinkar S. Bhatia) 엑스에너지 CCO(최고영업책임자, 왼쪽 5번째)와 배종식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 부본부장(왼쪽 6번째)이 서울 마곡동 본사에서 열린 SMR 표준화 설계 계약 체결을 기념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가 투자한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엑스에너지의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투자 성과가 구체화되고 있다. 엑스에너지 주가가 상장 이후 상승세를 보이면서 DL이앤씨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단기간에 크게 늘었다.
29일 DL이앤씨에 따르면 회사가 보유한 엑스에너지 지분 가치는 약 172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1월 시리즈 C 투자 당시 약 300억 원(2000만 달러) 규모에서 3년 만에 약 6배 수준으로 확대된 것이다. 시리즈 C는 기업이 본격적인 사업 확장이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단계다.
지분 가치 상승은 엑스에너지 상장 이후 주가 흐름과 맞물려 있다. 엑스에너지는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19달러)을 웃도는 23달러로 확정했다. 상장 첫날 종가는 29.20달러로 공모가 대비 27% 상승했고, 이후 3거래일 만에 34.11달러까지 오르며 약 50% 가까운 상승폭을 기록했다.
엑스에너지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10억 달러(약 1조4750억 원) 이상을 조달했다. 원전 기업 가운데 자금 조달 규모 기준 최대 수준이다. SMR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원을 받는 4세대 SMR 개발사다. 물 대신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고온가스로(HTGR)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 다우, 센트리카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총 11GW 규모의 사업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시리즈 C 단계부터 투자자로 참여하며 엑스에너지와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SMR을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 아래 초기 단계부터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MR은 기존 플랜트 사업과의 연관성이 높아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최근에는 투자에 이어 사업 협력 성과도 나오고 있다.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의 SMR 표준화 설계 사업을 맡기로 하고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1000만 달러(150억 원) 수준이다. 국내 건설사가 SMR 개발사로부터 설계 용역을 수주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엑스에너지는 2030년대 초 상업 운전을 목표로 SMR을 개발하고 있으며, DL이앤씨는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향후 사업 확대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SMR 시장에서는 기술을 보유한 개발사와 건설사의 협력 구조가 확대되는 추세다.
DL이앤씨는 기존 원전 분야에서도 시공 경험을 축적해왔다. 한빛 원전 5·6호기, 신고리 원전 1·2호기 주설비 공사를 비롯해 한울 원전과 한빛 원전의 증기발생기 교체 공사 등을 수행했다. 증기발생기 교체는 원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핵심 공정으로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시장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원전 관련 투자가 확대될 경우 수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MR은 출력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전력 공급 안정성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NNL)은 2035년 글로벌 SMR 시장 규모가 약 5000억 달러(약 7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재호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장은 “엑스에너지의 기업공개 이후 기업가치 상승이 지분 가치 확대에도 반영되고 있다”며 “원전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SMR 분야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수아 기자 sa358@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