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퇴출로 줄고, 수탁업체는 2배로

5년간 거래소 24→18곳, 지갑·보관업체 5→11곳, 글로벌 업체까지 잇따라 진입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7]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퇴출로 줄고, 수탁업체는 2배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시장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5년 전보다 줄어든 반면,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커스터디)업체와 지갑 사업자는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사업자 숫자는 2021년 제도 도입 당시와 비슷하지만, 시장의 무게 중심은 ‘코인 거래’에서 ‘코인 보관·결제·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기업들이 한국에 직접 법인을 세우고 VASP 자격을 취득하거나 취득을 추진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개인 투자자 중심의 거래소 시장에서 벗어나, 은행·기업·기관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자산 인프라 시장으로 재편되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2021년 12월 VASP 신고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 7일 현재까지 가상자산 거래소는 24곳에서 18곳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갑·보관업체는 5곳에서 11곳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2021년 당시 신고수리를 받은 사업자는 29개사였으나, 현재는 28곳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는 수익성 악화에 구조조정
거래소 숫자가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원화거래가 아닌 ‘코인마켓 거래소’의 수익성 악화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025년 하반기 코인마켓 거래소의 영업손실은 151억원에 달했다. 

이용자와 거래량은 업비트·빗썸 등 원화마켓 대형 거래소에 집중됐다. 2025년 말 국내 전체 거래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3만개에 달했지만, 코인마켓 사업자의 시장 기반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특히 원화마켓 거래소가 되려면,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지 못한 코인마켓 거래소는 거래량 확대와 수익성 확보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거래소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세탁방지(AML), 보안, 전산, 이용자 보호 시스템 등의 비용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결국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 코인거래소부터 시장에서 퇴출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탁시장은 새 사업자 잇따라 등장
거래소와 달리 지갑·보관·수탁 분야에는 새로운 사업자가 잇따라 등장했다. 인피닛블록을 시작으로 디에스알브이(DSRV), 비댁스, 아이넥스(INEX), 웨이브릿지프라임, 바우맨, 로빗, 에이비씨(ABC) 클라우드 월렛, 비트고코리아 등이 신고수리를 받았다. 이들 사업자의 상당수는 가상자산 이전이나 보관·관리 업무를 중심으로 신고했다.

다만 수탁고 자체는 2025년 말 3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감소했으며, 지갑·보관업자의 2025년 하반기 영업손실도 151억원이었다. 따라서 사업자 수 증가가 곧바로 현재 수익성이나 시장 규모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업자들이 수탁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향후 법인·기관의 가상자산 보유가 본격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인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유하게 되면 직접 지갑을 관리하기보다는 전문 수탁기관에 보관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나 기관 투자상품이 확대될 경우에도, 기초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기관용 커스터디 인프라가 필요하다. 즉 지금의 수탁사업자 증가는 현재 시장의 수요보다, 향후 열릴 기관시장에 대한 선점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

글로벌 기업도 ‘한국 법인+VASP’ 전략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해외 디지털자산 기업의 국내 진입 방식이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 비트고(BitGo)의 한국 법인인 비트고코리아는 지난 8월 FIU로부터 VASP 신고수리를 받았다. 해외 디지털자산 기업이 기존 국내 VASP를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에 새 법인을 설립한 뒤 직접 VASP 신고수리를 받은 첫 사례다. 

그동안 해외 업체들은 기존 국내 사업자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크립토닷컴은 오케이비트를 인수했고, 바이낸스는 고팍스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했다. 

반면, 비트고는 한국에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규제에 맞는 정보보호, AML, 내부통제와 운영체계를 구축해 직접 심사를 받았다. 비트고코리아에는 하나금융그룹과 에스케이텔레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비트고는 VASP 신고수리를 계기로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커스터디와 지갑, 디지털자산 인프라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해외 기업이 한국을 단순한 개인 가상자산 거래시장이 아니라 향후 기관·법인용 디지털자산 인프라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페이도 한국 진출…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겨냥
또 다른 글로벌 업체인 문페이(MoonPay)도 지난 9월 한국 법인 출범을 공식화했다. 문페이는 법정화폐와 디지털자산을 연결하는 온·오프램프와 온체인 결제·정산 인프라를 제공하는 업체다. 문페이코리아는 국내 사업을 위해 VASP 신고를 포함한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문페이는 국내 금융사들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 △국경 간 송금·결제 등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케이비(KB)금융, 우리은행, 카카오뱅크 등과 협력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될 경우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한 결제·정산 인프라 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해외 사업자의 국내 진입이 ‘거래소 경쟁’으로 그치지 않고, 스테이블코인·결제·송금·커스터디 등 금융 인프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VASP 진입 문턱도 높아져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의 성격이 달라지는 또 다른 이유는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은 지난 8월 20일부터 VASP 신고 심사 때, 대표자와 임원뿐 아니라 대주주의 적격성까지 심사하도록 했다.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 요건도 강화됐고, AML 조직과 인력 및 내부통제체계도 실질적인 심사 대상이 됐다.

특히 사업자의 부채비율은 원칙적으로 200% 이하가 요구되고, AML 담당 인력도 원칙적으로 4명 이상을 갖춰야 한다. 대주주가 변경될 경우에는, 기존의 사후신고에서 변경 30일 전 사전신고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규제 강화는 자본과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영세 사업자의 퇴출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글로벌 사업자나 금융회사처럼 자본력과 보안·AML 역량을 갖춘 사업자에게는 제도권 시장 진입의 장벽이 상대적으로 명확해지는 효과가 있다.

‘디지털자산 금융 인프라 시장’으로
결국 국내 VASP 시장의 지난 5년은 ‘양적 팽창’에서 ‘질적 재편’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신고제 도입 당시에는 24개 거래소와 5개 보관업자가 경쟁했다. 당시 시장의 핵심은 누가 더 많은 개인 이용자와 거래량을 확보하느냐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거래소는 대형 원화마켓을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고, 중소 코인마켓 거래소의 입지는 좁아졌다. 대신 기관·법인 고객을 겨냥한 커스터디, 지갑, 결제·정산,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 등 ‘거래소 밖의 디지털자산 금융 인프라’가 새로운 경쟁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금융이 비트고코리아를 통해 커스터디 시장에 진입하고, 글로벌 비트고가 직접 한국 법인을 세운 데 이어 문페이까지 한국 시장을 두드리는 것도 이 같은 변화와 맞물려 있다. 향후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확대되고 스테이블코인·ETF·실물연계자산(RWA) 등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회사’보다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이동시키고 결제하게 만드는 회사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 벌어지는 수탁사 증가는 향후 기관·법인 시장을 겨냥한 선제적인 인프라 투자 성격이 강한 셈이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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