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연임 10회?...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경영실적 호조 불구, 직원 횡령사건 악재...열번째 연임에 업계 관심 집중

[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 열번의 연임. 오너 기업이 아닌 이상, 이같은 진기록 달성이 가능할까.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되는데, 다시 연임된다면 10번째다. 그래서 증권업계에서 유 사장에 쏠리는 시선은 각별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돼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과 교체의 기로에 서게 된다. 업계에서는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도 직원 횡령 사건 등의 악재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사장은 1960년 경북에서 태어나 고려대 사대부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오하이오주립대학(미국 소재)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금융인으로 첫 발을 내딛은 유 사장은 1988년 대우증권, 1999년 메리츠증권 등을 거쳐 2002년 동원증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합병되면서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년 만인 지난 2007년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증권업계 최연소 CEO가 됐다. 당시 나이 47세였다.

한국투자증권은 회사 내규 방침상 1년마다 이사와 감사위원을 선출한다. 덕분에 유 사장은 증권가 ‘최장수 CEO'라는 타이틀과 함께 ’9번째 연임‘이라는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유 사장이 또 다시 연임에 성공하면 '10번째 연임'이라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유 사장의 연임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업계 실적만 높고 본다면 나쁘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107억 원으로 전년 동기(3157억 원) 대비 3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누적 당기순이익도 1749억 원으로 전년 동기(2536억 원)보다 31% 줄어 들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5개 증권사의 2016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9.5%, 누적 당기순이익은 38.1% 감소했다. 즉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 측면에선 국내 증권사 평균치보다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으나 당기순이익 면에서는 업계 평균치보다 상회하는 성적을 낸 셈이다. 주식 거래 정체와 채권 수익률 하락 등으로 증권 업계 전반적으로 부진한 성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사장은 올해 6월과 10월 직원들의 횡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두 차례 홍역을 겪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유 사장의 장기 집권으로 내부 기강 및 조직 관리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여전한 소비자 민원 건수도 난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소비자 민원 건수는 총 545건으로 그 중 21.1%인 115건이 한국투자증권의 차지였다. 민원 건수 2위를 차지한 미래에셋대우(81건)보다 34건이나 많은 수치다.

KDB대우증권과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 인수전에서 실패한 것도 유 사장의 연임에 적신호로 작용될 소지가 높다. KDB대우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이, 현대증권은 KB금융지주가 인수했다. 해당 인수전에서 밀려나면서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1위 증권사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평가다. 

si-yeon@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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