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경영 일선에서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재계 3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그룹 경영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반면, 형제 경영 중인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배터리 설계결함으로 갤럭시노트7이 조기 단종 되는 사태에 이어, 올해는 79년 삼성 역사 최초로 총수가 구속되는 사태까지 맞았다. 삼성은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사카린 밀수’ 사건, 이건희 회장이 ‘비자금’, ‘X파일’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구속되지는 않았다.
당장 매출 300조, 자산 400조 원, 브랜드가치 전세계 7위 기업의 경영도 사실상 올스톱 됐다. 인사, 투자, 채용, 쇄신, 지배구조, 사업개편 등 모든 경영현안이 이 부회장 재판 뒤로 밀렸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선 지난해, 2010년 이후 6년 만에 영업이익이 5조 원대로 추락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2012년부터 이어오던 영업이익 감소세를 막지 못했다. 10% 안팎을 기록하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5.5%로 떨어졌다. 현대차 측은 파업 장기화에 따른 원가 부담과 신흥국 경기 부진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조직 및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나올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리콜하고 한국에서 결함을 숨겼다는 내부 직원의 폭로로 품질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노조 파업도 지난해 12년만의 전면파업을 비롯해 20차례 이상 일어났다. 그나마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은 위안거리다.
이에 반해 정지선 회장, 정교선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그룹은 2007년부터 시작된 3세 체제에서 국내 유통·패션 업계리더로 도약했다. 한섬, SK네트웍스 등 패션업체를 인수했고, 아울렛 진출에 이어 숙원 사업이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도 확보했다.
현대백화점은 형과 동생이 그룹 총괄과 보좌 역할을 맡으면서 안정성을 중시한 효율적인 비용관리로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익성을 내고 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20%로 경쟁사 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이동호 기획조정본부 부회장, 박동운 사장, 강찬석 현대홈쇼핑 사장,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사장, 김형종 한섬 사장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대거 승진시켰다.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사업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효성그룹 역시 조현준 회장, 조현상 사장 등 3세 체제에서 지난해 1조200억 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1966년 창사 이래 1조 클럽은 처음이다. 형제경영을 처음 시작했던 2012년 1.5%에 그쳤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5% 수준으로 대폭 상승했다.
이로써 효성의 3세 경영은 ‘사실상’ 꼬리표를 떼게 됐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조 회장은 그룹 총수로 승진했고, 동생인 조 사장은 전략본부장으로서 보좌하는 구도를 갖췄다. 조석래 회장은 1982년 부친인 조홍제 회장의 뒤를 이은지 34년 만에 3세에 물려주고 경영일선에서 후퇴했다.
그간 효성 경영은 조현준 회장이 섬유PG장 겸 정보통신PG장으로서 사실상 이끌어 왔다. 조 회장이 2007년부터 책임지고 맡아온 섬유PG는 효성그룹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스판덱스 사업도 현재 점유율 32%로 세계 1위다. 조현준 회장은 1997년 효성 전략본부 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성과 중심의 PG/PU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조직시스템 기틀을 다지는 성과도 냈다.
한편,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사장 남매경영으로 재계 10위권을 넘볼 정도로 성정한 신세계도 3세 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다. 2010년대 들어 10위권 중반을 기록하던 신세계 재계 순위는 지난해 하남스타필드,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등을 론칭하고 백화점도 강남·대구·김해점을 새롭게 오픈하는 등 자산을 늘리며 10위권을 넘볼 정도로 괄목성장 했다. 정 부회장은 마트 부문, 정 사장은 백화점 부문을 나눠 맡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과 사업을 나눠맡고 있지만, 자매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이 신세계와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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