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신사옥 입주를 전후해 기업의 실적과 경영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신사옥에 입주한 대기업 가운데 NH농협생명(사장 서기봉)과 쿠팡(사장 김범석)은 실적이 좋지 못한 반면, LG이노텍(사장 박종석)과 에어부산(사장 한태근)은 견고한 성적을 기록해 대조를 보였다.
지난 3월 서대문구 소재 옛 임광빌딩(2개동)을 매입해 신사옥을 마련한 NH농협생명은 입주 한 달 만인 4월 덩치에 걸맞지 않는 성적표를 받았다. 4월 기준 업계 총자산 순위는 4위로 높았지만, 순이익은 10위에 그쳤다. 상반기 NH농협생명의 총자산수익률(ROA)은 0.1%로 경쟁사인 삼성생명(0.4%)보다 크게 낮다.
지난 4월 송파구 신천동 신사옥으로 이전한 쿠팡은 극심한 재무위기에 처해있다.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경우 자본잠식이 우려될 정도로 자산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결손금은 1조2000억 원으로 주식발행초과금 등 자본금을 대부분 잠식했다. 현재 쿠팡의 자본총계는 3200억 원으로 전년 4240억 원 대비 25%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예년 수준의 5000억 원대 적자를 낼 경우 자본잠식 위험은 높아진다.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에 입주한 롯데는 그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몸살을 앓았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올 상반기 실적도 추락했다. 롯데그룹 대표기업인 롯데쇼핑은 상반기 매출이 3% 줄고, 영업이익은 22% 감소했다.
신사옥 입주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 역시 경영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
올해 말 용산구 신사옥에 입주하는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은 지난 2분기 LG생활건강(부회장 차석용)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주며 체면을 구겼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아모레퍼시픽이 LG생건보다 매출이 1375억 원 많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058억 원에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삼성엔지니어링(사장 박중흠)은 2012년 신사옥 이전 후 이듬해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1년 6300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경기침체와 저유가 등으로 지난해 700억 원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모두 -11.3%, -17.8%로 좋지 못하다.
이에 반해 3월 LG서울역빌딩으로 이전한 LG이노텍은 상반기 매출이 29%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 했다. 상반기 주가 상승률은 86.7%로 LG그룹 계열사 중에서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증권가는 시장에서 듀얼카메라 모듈의 독점적 공급 지위가 공고하게 유지되면서 하반기 실적은 더욱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월 강서구 대저동 신사옥으로 입주한 에어부산은 올 상반기 25.6%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수익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2015년과 2016년 영업이익률은 8~9%대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4년은 5%대였고, 2013년은 1%대였다. 상반기에도 5.3%로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 2.2%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신사옥 이전을 한 달 앞둔 4월에는 저비용항공사(LCC) 중 이착륙 지연율이 가장 낮다는 조사 결과를 받기도 했다.
한편 경제계에서는 초고층 빌딩이 잇따라 건축되는 것은 경제위기를 예고하는 신호탄 역할을 한다는 1999년 도이체방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의 100년간 사례 분석을 인용, 기업의 신사옥 입주를 앞두고 '마천루의 저주'를 우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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