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 실적이 이웅렬 회장과 박동문 사장 체제에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 회장이 2010년 (주)코오롱의 제조사업부문을 분할, 배영호‧한준수 사장과 대표이사 진용을 갖췄던 초기와 크게 대조된다.
2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매출은 2조27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999억 원으로 39% 줄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매출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주)코오롱 제조사업부문에서 분할된 첫해인 2010년 4조6300억 원에서 2011년 5조4200억 원으로 오른 이후 대체로 내리막세에 있다. 2012년 5조3130억 원으로 줄었고 이듬해에는 5조2600억 원으로 떨어졌다. 2015년에는 5조 원 아래로 추락했다. 그해 4조8000억 원대, 지난해에는 4조5000억 원대로 낮아졌다.
매출이 감소세로 전환된 2012년은 박동문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해다. 특히 2012년은 매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모두 뒷걸음질 쳤다.
영업이익 추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0년과 2011년 4000억 원대 규모였던 영업이익은 박 사장 체제 전환 후 2000억 원대로 떨어졌다. 경기불황 여파로 필름과 패션 사업이 침체되며 2014년 영업이익은 1690억 원으로 낮아졌다.
이에 박 사장은 듀폰과의 악재를 털어낸 2015년을 실적회복 원년으로 삼고 반전을 꾀했으나,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2015년 영업이익은 대폭 증가했으나, 매출은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글로벌 화학기업인 듀폰은 2009년 코오롱이 자사의 첨단섬유소재 아라미드의 영업비밀을 빼갔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 때 1조 원에 달하는 배상금지급 판결이 나기도 했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015년 듀폰에 3900억 원을 지급하며 합의했다.
듀폰 악재를 털었지만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6.1%, 1.3% 감소했으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적 부진은 결국 2016년 100명가량의 희망퇴직으로 이어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산업자재, 화학소재, 필름‧전자재료, 패션, 의류소재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지만 이 회장과 박 사장 체제에서 경기 불황 여파와 소송, 사드 악재를 피해가지 못한 셈이다. 박 사장 취임 전과 비교하면 지난해 매출은 15.8% 줄었고, 영업이익은 31.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4%포인트 하락했다.
산업자재, 섬유, 화학 등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주)효성은 2012년 이후 매년 수익성을 끌어 올리고 있어 대조된다. 2012년 1.5%에 그치던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 7.6%로 높아졌다. 지난해와 올 1분기에는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박 사장 취임 첫해 영업이익률이 5.5%로 전년 7.4%에서 낮아졌고, 올 상반기에는 4.4%로 더 떨어졌다.
하반기 전망이 긍정적인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듀폰과의 소송 이후 위축된 주력 제품의 생산능력이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우선 올 연말 마진율이 높은 폴리에스터 스판본드의 증설이 완료되고, 내년 1분기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부품인 윈도우 커버용 투명폴리이미드(CPI) 필름 양산 라인이 가동된다.
한편 박동문 사장은 1958년 출생으로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후 1983년 코오롱상사에 입사, 35년 간 재직 중인 ‘코오롱맨’이다. 공대출신 답게 품질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주)코오롱 인도네시아법인에서 CFO를 맡았고, 코오롱글로텍과 코오롱아이넷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의 CEO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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