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세상 얕보고 설쳐댈 때도 / 각시붓꽃,
어제 치과의사가 사람 잡는 통에도 / 너를 떠올린 일 너는 알 것이다
언제 만나도 자네 여긴 어쩐 일인가 / 우리 자세 낮추어 반색하는 절친 사이
각시붓꽃이 있는 곳이라면 / 이제 낯선 길도 무섭지 않다”
박진규 시인의 시, ‘각시붓꽃’의 한 구절입니다.
4월 중순이 되어, 풀밭이 있고, 그늘이 있는 야산을 거닐다 보면 마치 칼처럼 생긴 초록색의 긴 잎들 사이로, 세 갈래로 갈라진 보라색의 꽃들이 하늘거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각시붓꽃’입니다.
각시붓꽃은 외떡잎식물이며, 붓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외떡잎식물은 대체로 한해살이풀인데, 각시붓꽃은 여러해살이풀이랍니다.
우리 나라 각지의 산지 풀밭에서 자라며, 땅속줄기와 수염뿌리가 발달해 있고, 거기에서 칼 모양의 잎이 여러 장 나옵니다.
잎은 너비가 2~5mm 정도이며 길이는 30cm까지도 자랍니다. 그러나 꽃이 필 때의 잎은 꽃대와 길이가 비슷하며, 꽃이 핀 이후에 길게 자라는 편이지요.
4∼5월에 걸쳐 지름 3~4cm 정도의 보라색 꽃이 피는데, 5∼15cm 정도로 자라는
서너 개의 꽃자루 끝에 하나씩의 꽃이 달립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암술대는 세 가닥으로 갈라진 뒤에 다시 두 갈래로 깊게 갈라집니다.
‘각시’는 작고 아담하다는 의미의 접두어인데, 각시라는 표현은 갓 시집온 새색시를 연상시켜 주기도 합니다.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서 각시붓꽃의 고운 자태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다소곳하고 소박한 느낌이 마음에 와 닿는 듯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부끄러움’ 이란 각시붓꽃의 꽃말에 쉽게 공감을 느끼게 되네요.
이런 각시붓꽃이 6월 쯤이면 갈색의 타원형 열매를 맺은 후 일찌감치 하고(夏枯) 현상을 보이면서 말라져 없어집니다.
열매를 남겨야 하는 자신의 역할이 끝났으니 깔끔하게 물러가는 것이지요.
금년 봄에는 야산으로 나가 예쁜 ‘각시붓꽃’과 눈맞춤 한 번씩 해보시면 어떨까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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