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이 연결기준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금융감독원의 발행어음 제재 논의가 지연되면서, 지난 1월 CEO로 취임한 정일문 대표의 부담이 되고 있다.
2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 규모는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줄어들면서 1년 만에 순익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2018년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연결기준 매출 규모는 직전년도(6조2004억 원) 대비 29.5% 증가한 8조317억 원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의 매출액은 회계결산일이 매년 3월31일에서 12월31일로 변경된 2014년 이후 4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는 6444억 원으로 직전년도(6859억 원) 대비 6.1%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4년 3094억 원에서 2014년 3633억 원으로 17.4%가량 증가했다가 2016년 2985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듬해인 2017년 직전년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685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한국투자증권은 1년 만에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성장세를 멈췄다.
당기순이익 역시 하락 전환했다.
2016년 236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던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21.9% 증가한 5253억 원의 순익을 올렸다. 그러나 순익이 전년대비 4.9% 하락한 4993억 원에 그치면서 1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투자증권의 이같은 실적 감소는 계열사 실적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의 별도 기준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매출 규모는 7조8338억 원, 영업이익 6706억 원, 당기순이익 5035억 원이었다. 직전년도(매출 5조9768억 원, 영업이익 6034억 원, 당기순이익 4722억 원) 대비 매출은 31.2%,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1.1%, 6.6%씩 증가한 규모다.
연결 기준 재무제표는 지배기업 또는 종속기업의 재무제표가 합산되어 공시되는 재무제표를 말한다. 즉 연결 재무제표에는 해당 기업의 경영 실적뿐 아니라 지배·종속 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실적이 합산돼 표기된다.
한국투자증권의 매출 규모는 계열사들의 실적이 합산되면서 7조8338억 원(별도기준)에서 8조317억 원(연결기준)으로 2.5%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각각 3.9%, 0.8%씩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연결 재무제표에는 종속 기업의 실적과 펀드 등 여러가지 수치가 합산된다"며 "연결 재무제표와 별도 재무제표의 순익 격차는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취임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의 경영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지난 3월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제재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정 대표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말 증권사 중 처음으로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따내 시장을 확보했다. 그러나 2017년 8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16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빌려주는 과정에서 블법 대출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법인이 SK실트론 지분 19.4%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SR) 계약을 맺었는데 이 부분에서 개인대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태다.
금감원의 제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 대표가 과감한 투자를 하기 어려운데다 발행어음 판매 중지 처분이 내려질 경우 실적 감소를 피할 수 없어 정 대표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시연 기자 si-yeon@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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