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12월9일, 서독 본에서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서독 총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손을 꼭 잡으면서 경제 지원 약속(3500만달러 차관)과 함께 이같이 조언했다. 그리고 일본과 손잡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자 독일과 프랑스의 예를 들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역사상 42번 전쟁을 했소. 그러나 지난해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와 샤를 드골 대통령이 악수를 하면서 이웃 나라가 됐소. 독일은 프랑스와의 전투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소. 그러나 전쟁에서 이긴 적은 한 번도 없소. 지도자는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가야 합니다.”
얼마 후 박정희 대통령은 독일 방문 시 통역을 맡았던 백영훈 박사를 일본으로 보냈다. 경부고속도로 타당성조사 등 자문을 구하기 위해다. 일본의 고이치 센터의 곤노 아키라 박사를 만났다. 곤노 박사는 무엇보다 반도체와 전자산업을 할 것을 주문했다.
“반도체 산업을 하려면 공기가 맑아야 하고, 물이 깨끗해야 하며, 섬세한 손재주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들 3박자가 모두 갖춰져 있다. 일본은 불행하게도 태풍이 수시로 찾아오며, 해풍의 짠바람이 불고 있다.”
‘한강의 기적’과 ‘IT코리아’는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우방국가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우방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국이라는 이름은 지구상에서 없다. 그리고 이병철 정주영 등 영웅적인 기업인 후광 덕이다. ‘반도체 코리아’는 선대회장의 기업가정신을 이어받은 이건희 삼성회장 공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반기업정서와 포퓰리즘으로 ‘고개 숙인 코리아’가 되고 있다. 특히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 코리아’ 조짐이 좋지 않다. 최근 일본이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세 가지에 대한 수출 통제라는 경제보복 카드를 빼들었다. 확실한 먹구름이다. 현 정부의 정치실패와 외교실패 결과물이다. 170조원이 넘는 우리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의 이들 소재 세계시장 점유율이 70~90%여서 대체수입처 찾기도 어렵다. 문제는 일본이 100개 카드 중 한 개 꺼낸 것에 불과하다고 하니 한숨만 나온다. 사실 한국이 오늘날 이만큼 성장한 데는 일본 덕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과의 산업교류와 배끼기에서 얻은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4년 대한민국 국민소득은 77달러로 캄보디아 104달러, 수단 99달러, 콩고 88달러보다도 적은 나라였다.
일제 36년사까지 잊자는 얘기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반일감정을 지적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미래가 아닌 과거지향이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모두 답답할 뿐이다. 반성을 모르는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보상은 끝났다는 입장이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호’는 어디로 항해하는가? 언제까지 한국은 힘도 없으면서 상대국에 대해 옳고 그름과 선과 악만 논할까?
국제관계는 힘이 지배하는 사회다. 힘은 돈과 기술에서 나온다. 세계 대통령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어께를 감싸며 엄지척을 하는 걸 보라. ‘양심’ 운운은 상대방을 치고 싶을 때 만들어내는 명분용에 불과하다. 탑을 쌓기는 힘들어도 무너뜨리는 것은 쉽다. 이순신 장군이 어렵게 건조한 거북선부대는 선조의 어리석음으로 칠천량해전에 한꺼번에 수장됐다. 옥포해전-합포해전-사천해전-당포해전-율포해전-한산도해전-안골포해전-웅포해전-당항포해전-장림포해전-부산포해전-장문포해전 등 연전연승은 한순간 흘러간 무색하게 됐다. 선조는 당시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지시를 받고 조선에 위장, 귀화한 요시라(要時羅)의 가짜정보에 속았다. 이순신에게 칠천량으로 출전, 왜놈장수의 목을 베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순신장군은 적의 속임수라며 왕명을 거역했다. 결과는 군통수권을 원균에게 넘어주고, 역적을 감수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한국은 20여년째 선진국 문턱에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마치 일류대학에 낙방한 뒤 재수만 계속하는 수업생 같다. 엘빈 토풀러는 2001년, ‘21세기 한국의 비전’를 통해 충고했다.
“한국은 1960년대 역사적인 선택을 통해 경제 사다리에서 많은 단계를 뛰어 넘어 선진 산업국가에 합류했다. 그러나 선진국 사다리를 올라타 다시한번 도약해야 한다. 실패한다면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앞으로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인류대학에 들어가려면 우방국이 많아야 된다. 특히 일본과는 싫든 좋든 친하게 지내야한다.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선진국 사다리는 언제든지 걷어차일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은 55년 전, “지도자는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는 독일 총리의 충언을 실행에 옮긴 결과물이기도 하다.
국가의 자존심은 힘에서 나오는 것이다. 위안부와 징용문제 역시 사죄는 요구하되 치사하게 일본에게 보상하라고 하지마라. 그 돈 준다고 해도 받지 마라. 보상금은 우리기업이 만들면 된다. 특히 포스코 같은 회사는 한일협정 보상기금의 씨앗으로 설립한 회사가 아닌가? 또 글로벌 무대에서 매일같이 전쟁을 치루는 기업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힘들게 하지마라. 과거 다른 나라를 침략, 식민지지배를 했던 나라가 상대국에 사죄·보상을 하는 모습을 보았는가? 영국, 프랑스, 포루트칼, 스페인, 미국 모두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죄하는 걸 봤는가? 독일의 유태인에 대한 사죄를 착각하지 말라. 유태인과 협력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우리가 힘이 세지면 일본은 스스로 고개 숙이고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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