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내정을 놓고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경북(TK) 출신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유독 이 지역 출신이 출세가도를 달렸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PK·호남 출신 아니면 출세할 생각을 말라”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 대표이사 후보에 안 전 지식경제부 차관(사진)을 단독으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9월5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선임을 확정한다.
대한민국 전체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격문제로 시끄러운 틈을 타 이뤄진 이번 KAI 사장 내정을 둘러싸고 업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공교롭게 이들 모두 같은 부산·경남(PK)출신이다.
이 같은 현상은 PK지역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데이터뉴스 분석결과, 18개 부처 장관만해도 PK(부산·경남) 5명(27.8%), 호남 6명(33.3%)으로 두 지역이 61.1%를 차지했다. 이 밖에 서울 출신은 3명(16.7%), 강원 2명(11.1%), 충청 1명 (5.6%), TK 1명(5.6%)였다. 이번 개각으로 역시 PK 5명·호남 4명으로 크게 변함이 없었으며, 서울이 4명(22.2%), TK가 2명(11.1%)로 늘었으며, 충청(1명) 홀대는 여전했다. 출신지별 인구구성비가 영남, 호남, 충청, 수도권 4곳이 비슷한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불균형인사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공기업과 금융권 등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곳에서도 비슷해 사회 불만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KAI 사장 내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추천설이 나오고 있다. 김 지사(67년)는 진주동명고와 서울대 인류학과, 안전차관(57년)은 경남 함안출신으로 서울 중앙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김조원 직전 사장(현 민정수석) 역시 고향 후배인 김경수 지사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조원 전 사장은 민정수석으로 발탁되자 KAI 사장 자리를 안 전차관이 물려받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7일, 김 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창원인터내셔널호텔에서 열린 ‘2018 경남권 산업단지 입주기업 CEO DAY’ 행사에서도 안현호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이 ‘한․중․일 경제삼국지’를 주제로 초청특강을 했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지역을 방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시간 25분동안 함께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창원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24회 환경의날 기념식에 참석,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법정 구속됐다가 지난 4월 보석으로 석방된 김 지사와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나란히 섰다.
그러나 이번 KAI사장 내정은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항공산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비전문가 인사이기 때문이다. 안 천차관은 1981년 제25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진출해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장, 지식경제부 1차관 등을 지냈다. 2011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등을 거쳐 현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2017년 방산비리 의혹으로 하성용 사장이 물러날 당시에도 안 전 차관의 내정설이 나돌았으나 낙하산 논란이 일자 없었던 일이 됐다.
한국의 항공개발산업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고등훈련기사업 실패와 방산비리 등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KAI는 개발비만 9조원이 들어가는 4.5세대급 KFX전투기사업과 록히드 마틴과의 합작사업인 T-50 훈련기 등의 파생 기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한국형 경공격기 사업 ,민수용 헬기 사업 및 무인정찰기 사업도 이어가고 있으나 잇따른 잡음과 사업실패로 희망적이지 않다. 한 전문가는 “ 항공산업은 개발에 10년, 업그레이드에 10년이 걸린다” 며 “KAI가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것은 정권 때마다 이뤄지는 낙하산인사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창규 기자 chang@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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