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풀은 이른 봄, 높은 산골짜기에서 검은 보라색 종모양의 꽃을 피운다. 사진=조용경
봄이 무르익어 갈 무렵, 중부 이북지역의 높고 깊은 산골짜기에 무성하게 자란 선명한 연두색 잎들 사이로 고개를 내민 작은 종 모양의 검은 보라색 꽃들을 볼 수 있습니다.
'미치광이풀' 입니다. 쌍떡잎식물이며 가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이름이 특이하다 못해 약간 으스스한 느낌을 줍니다. 어쩌다 소가 이 풀을 뜯어 먹게 되면 마비가 오기도 하고, 환각 증상으로 미쳐 날뛰다가 죽기도 하는 무서운 독성을 가진 풀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래서 절대로 맛도 보아서는 안 되는 풀입니다.
미치광이풀은 소가 뜯어먹으면 발작을 일으켜 날뛰다 죽는 무서운 풀이다. 사진=조용경
땅속에서 퉁퉁하고 마디가 많은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어가며, 이른 봄에 마디마다 노란 줄기가 돋아나고 자라면서 녹색으로 변해갑니다. 그래서 미치광이풀은 여러 포기가 모여서 납니다.
줄기는 곧게 서고, 30~60cm까지 자라는데, 윗부분으로 올라가면서 여러 개의 가지로 갈라지며, 털이 없이 매끈한 모양입니다.
긴 타원 모양의 잎은 어긋나기 하며,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끝은 뾰족합니다.
4~5월 사이에 잎겨드랑이에서 꽃자루가 나오고, 종 모양으로 생긴 검은 자주색의 꽃이 아래를 향하여 달립니다. 원통형의 꽃은 끝이 다섯 가닥으로 살짝 갈라지며, 수술은 5개입니다.
열매는 7~8월경에 달리는데, 지름 1㎝ 정도의 원형이고, 종자는 지름이 2.5㎜ 정도입니다.
미치광이풀은 히요스시아민이라는 부교감신경 마비효능을 가진 성분이 들어있는 독초다. 사진=조용경
앞에서 설명했듯이 전초에 독성이 강한 '히요스시아민(hyoscyamine)'이라는 강한 부교감신경 마비효능을 가진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독뿌리풀' 혹은 '광대작약' 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특산종으로 꽃말 역시 '미치광이'입니다.
한방에서는 '동랑탕(東莨菪)'이라 하여 뿌리줄기를 법제해서 약재로 쓰는데, 진통이나 진정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강원도의 높은 산에서 만난 미치광이풀을 그림 그리는 기분으로 시조 한 수에 담아 보았습니다.
“이른 봄 펼쳐지는 푸르른 잎새 사이/ 살포시 얼굴 내민 검보라빛 귀여운 꽃/ 손으로 살짝 퉁기면 종소리가 들릴듯/ 겨우 내 정기 모아 예쁜 꽃 피웠건만/ 너를 본 사람들은 저만치 피해가네/ 뉘라서 미치광이풀 그 이름이 좋을까”
드물게 노란색의 꽃이 피는 것은 '노랑미치광이풀'이라고 하지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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