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가 맥주시장에서 어깨를 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맥주시장에선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지만, 2019년 하이트진로 '테라'에 밀린 뒤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1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연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를 따라잡은 것은 물론 격차까지 크게 벌렸다.
두 회사의 매출은 2018년 오비맥주(1조6981억 원)가 하이트진로(1조6576억 원)를 소폭 앞섰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9년 전세가 역전됐다. 하이트진로의 매출(1조8301억 원)이 오비맥주(1조5421억 원)보다 18.7% 높았다.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출시한 2019년 3월이 결정적인 기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하이트진로는 매출 2조 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오비맥주는 매출이 1조3529억 원에 그쳐 역성장했다. 영업이익도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최근 4년 가운데 가장 높은 180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오비맥주는 최근 4년 중 가장 낮은 2945억 원을 기록했다.
오비맥주가 맥주제조에 주력하는 반면, 하이트진로는 소주와 생수제조를 함께 하는 것을 감안해도 최근 맥주시장에서의 두 회사 행보는 확연하게 엇갈린다. 지난해 오비맥주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한 반면,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 실적은 상승했다. 2019년 매출 7496억 원, 영업손실 431억 원을 기록한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은 지난해 매출 8350억 원과 영업이익 405억 원을 올렸다. 매출은 11.4%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최근 맥주시장에 불기 시작한 수제맥주 열풍 역시 맥주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에게는 달갑지 않은 신호로 여겨졌다. 2013년 100억 원에 못미쳤던 국내 수제맥주 시장규모는 지난해 약 120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비맥주는 빠르게 늘고 있는 수제맥주 수요를 사업기회로 바꾸기 위해 지난달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를 출범시켰다. 실적 하락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새로운 트렌드에 합류한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국내 전체 맥주시장이 정체하고 있는 것도 오비맥주의 걱정거리다. 여기에 당장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모임 제한으로 예년과 달리 극성수기인 여름에 매출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올해 매출 전망에 대해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2020년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