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그룹 실적 견인…전력반도체 집중 주효

매출·영업익 각각 37.9%·92.6%↑…주가도 20% 넘게 성장, DB Inc.는 77.4%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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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이 그룹 호실적을 견인했다. 대형 파운드리 업체가 주목하지 않던 전력반도체 공정 개발에 발빠르게 대응한 전략이 주효했다. 주가도 올랐고, 시가배당률도 높아졌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 Inc.의 주가 급등도 주목된다. 이 회사 주가는 두 달 만에 70% 넘게 올랐는데, 후계구도가 명확해질지 주목된다. 

1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DB그룹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2021년 대비 각각 9.7%, 26.8% 상승해 26조1431억 원, 2조1558억 원을 기록했다. 

4개 상장사 가운데 DB하이텍의 증가율이 단연 돋보였다. 

매출은 2021년 1조2147억 원에서 작년 1조6753억 원으로 37.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991억 원에서 7687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전력반도체 분야 경쟁우위의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며, "자동차·산업 등의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호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의 영향에도 호실적을 냈다. 이는 일찌감치 대형 파운드리 업체가 주목하지 않았던 전력반도체 공정 개발에 집중한 덕이다. 전원 등 전력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전력반도체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전자제품에 필수로 들어간다.

DB Inc.의 매출(3269억 원→4013억 원)과 영업이익(235억 원→236억 원)도 늘어 각각 22.8%, 0.4% 상승했다. 

DB손해보험 또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20조8806억 원, 1조1084억 원) 9.4%, 20.9%씩 증가해 22조8433억 원, 1조3397억 원으로 집계됐다. 

DB금융투자만 유일하게 실적이 악화됐다. 매출은 1조4107억 원에서 1조2232억 원으로 13.3%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86.0% 감소한 238억 원이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증시 부진과 거래대금 위축 등으로 인한 수탁 수수료가 감소했다"며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기매매 및 기업금융의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DB Inc.와 DB하이텍의 주가 상승도 주목되고 있다. 

DB Inc.의 1월 2일 주가는 795원으로 마감됐다. 3월 2일엔 1587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7일 1410원으로 내려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DB Inc.의 주가 상승 이유를 김준기 창업회장의 보유지분 확대 때문으로 꼽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2월 DB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한 DB Inc. 주식 864만4280주를 김 회장이 전량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분율 4.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로써 김 회장은 15.91%에 달하는 지분율을 갖게 됐다. 

지난해 8월 선임된 김남호 회장(김준기 창업회장 장남)의 지분 16.83%와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 현재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업계 평가다. 

김 창업회장은 2017년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회장직을 내려놨다. 2019년엔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었다. 당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2021년 DB Inc, DB하이텍에 미등기임원(경영자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김 창업회장은 그룹 내 영향력 강화에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직 복귀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1944년생인 김 창업회장의 연령을 고려할 때 복귀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다만, 남매의 경영권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크다. 장녀인 김주원 DB 부회장의 지분은 9.87%로 김 창업회장 지분과 더하면 김 회장보다 많은 이유에서다. 

DB하이텍의 주가도 지난 1월 2월(3만6600원) 대비 23.5% 증가해 4만5200원(3월 7일 종가 기준)으로 마감됐다. 이 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대규모 배당을 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2021년 시가배당률은 0.63%였으나, 지난해 3.32%로 급증했다. 

DB하이텍은 지난 7일, 자사의 반도체 설계 부문인 팹리스 물적분할을 결정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분할회사는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문을 주력 사업으로 경영 자원을 집중하려 한다”며 “분할 신설회사는 기존 사업부문 중 팹리스를 담당하는 사업부문을 포괄적으로 승계해 전문 사업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자 반대로 무산됐던 물적분할을 강행하면서 주주가치를 떨어트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소액주주연대는 오는 29일 주총서 물적분할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