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20세기 민중생활사연구단’, 평범한 이웃들의 ‘생애사’ 책으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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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승

teito@datanews.co.kr | 2007.1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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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세기, 세계사에 유례없는 거대한 변화와 시대적 아픔을 겪으면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로 살아온 우리 민족. 그러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에 그 변변한 발자취조차 남기지 못하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있던 ‘민중’(民衆)이 이제 역사의 주인공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에 다시 서게 됐다.

영남대 ‘20세기 민중생활사연구단’(단장 박현수 교수, 문화인류학과)은 최근『한국민중구술열전』16~28권과 사진첩『사진으로 기록한 이 시대 우리이웃』시리즈 3권 등 총16권을 펴냈다.

20세기를 살아온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기록한 이 책들은 영남대 박현수(朴賢洙, 62, 문화인류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모인 1백여 명의 인문학도들이 지난 5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닌 결과물이다.

특히『한국민중구술열전』은 역사로 남지 못한 채 사라져갈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진솔하고 담백하게 기록하고 있다.

1921년생으로 일제치하 징용을 끌려갔다온 상처를 안고 한국전쟁과 어수선한 정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며 어느새 여든을 훌쩍 넘겨버린 심재언(86)씨, 다섯 살에 한글과 여섯 살에 천자문을 떼고 보통학교에서도 월반을 두 번씩이나 하며 천재로 불렸지만 가세가 기울어 머슴살이까지 해야 했던 박민규(85)씨, 농부의 아내이면서 ‘가마니 짜기’, ‘돗자리 짜기’ 등으로 가세를 이끌며 실질적 가장역할을 해야 했던 서순례(80)씨, 고2때 일본인 선생으로부터 받은 한 권의 책의 영향으로 좌익사상에 눈을 떴다는 나덕운(78)씨, 그밖에도 이종윤(76), 조풍도(74), 홍성두(74), 운영국(74), 김점칠(72), 황태순(72), 이일용(71), 이호영(71)씨 등 우리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살아온 13명의 삶이 각각 한 권의 책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단은『사진으로 기록한 이 시대 우리 이웃』시리즈 3권도 출간했다.

‘한국민중 37인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부제로 37명의 사진과 함께 그들의 생애사를 기록한 ‘어제와 오늘 2’, 경기도 광주 초월읍에서 여전히 농사를 짓고 있는 이기응(83), 이기혁(79) 형제 할아버지 등의 삶이 담긴 ‘서울 근교의 마지막 농사꾼들’, 경북 예천군 호명면 저우리 윗마을에서 살고 있는 황후봉(90), 양분순(74) 할머니의 생애를 사진으로 전하는 ‘윗마을의 두 아낙네’가 그것.

영남대 ‘20세기 민중생활사연구단’은 이처럼 아무도 들어줄 사람 없고,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못하고 세상을 뜨게 될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민주화’를 시도하고 있다.

박현수 단장은 이에 대해 “자기의 일생을 이야기하며 시대를 증언하는 사람과 이 이야기를 듣고 받아내는 연구자가 마주 앉은 것 그 자체가 개인의 역사를 사회의 역사 속으로, 또 사회의 역사를 개인의 역사에 편입시키는 일”이라면서 “20세기의 역사를 민주화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잎새처럼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는 민중의 일상 모습을 기록하는 일이 절실하며, 지금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2002년 8월 학술진흥재단의 기초인문학육성지원 하에 출범한 영남대 ‘20세기 민중생활사연구단’은 영남대 인문과학연구소와 민족문제연구소, 목포대, 전북대, 중앙대 등 3개 지역 6개 대학연구소를 중심으로 국립영상원, 한국역사민속학회, 한국문화인류학회 등 총 8개 연구기관과 일본 큐슈대학 등이 참가해 한국인문학의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00년의 민중생활을 디지털방식으로 자료집성(아카이브 구축)하고 있으며, 2005년『20세기 한국민중의 구술자선전』6권과 『한국민중구술열전』1~15권,『어제와 오늘 : 한국민중 80인의 사진첩』 등을 펴내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