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에 대한 정치권의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이미 진행하고 있는 상생금융 외에 새로운 상생금융안을 내놓았다. 우리금융과 KB금융도 준비 중이다.
20일 데이터뉴스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공시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을 분석한 결과, 2023 회계연도부터 이 법안을 적용하면 올해 상반기 순이자수익을 고려했을 때 은행권에서 약 1조9000억 원의 기여금이 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사가 지난 5년 동안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넘는 순이자수익을 얻으면 해당 초과이익의 40%까지 상생금융 기여금으로 받아낼 수 있게 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기여금은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지원 사업에 사용된다.
지난 14일 발의된 이 법안은 정치권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당일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전일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많게는 2.7%(KB금융, 5만2500원→5만1100원)에서 1.1%(하나금융, 3만9650원→3만9200원)까지 줄었다.
금융지주들은 이후 분주하게 상생금융 시즌2을 준비했다.
가장 먼저 발표한 지주사는 하나금융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10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 대책을 내놨다. 이어 신한금융은 1050억 원 규모의 2024년도 소상공인·자영업자 상생 금융 패키지를 발표했다.
우리금융은 이례적으로 대책을 내놓기 전 준비과정부터 알린 뒤 지원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KB금융 또한 지원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금융 시즌1은 지난 2월 윤 대통령의 '돈 잔치' 발언으로 3년간 10조 원을 공급하는 방안이다. 올해에만 두 번의 큰 압박이 들어온 것으로, 업계는 잉여금으로 신사업 투자와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자칫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히는 금융주는 친 주주정책으로 주가 부양을 해왔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꾸준히 해외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주가 부양에 적극적이다.
업계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개입이 과도할 경우 국내 금융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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