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는 ‘코파일럿’ 넘어, 이제 ‘오토파일럿’으로 진화중

FT, ““출장 계획 세워줘” 한 마디에 AI가 이메일·항공편·호텔까지 알아서… OpenAI·구글 등이 ‘자율형 에이전트’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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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이 ‘코파일럿(도우미)’에서 ‘오토파일럿(자율 수행자)’ 단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의 상용화가 확산되면서,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업무 자동화의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다. AI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일하는 컴퓨터 시스템’으로 30여년 전 처음 소개됐던 개념.

AI는 단순 질의응답이나 사전 대본에 따른 업무 지원을 넘어, 이제 상황을 학습하고 예측하며 스스로 판단해 전략을 세우는 수준까지 도달하고 있다. 챗봇이나 일정 관리 도우미는 물론, 고객 대응, 마케팅 전략 수립, 채용 일정 조율, 투자 분석, 법률 계약 검토 등 고차원의 업무에도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중이다.

현재 오픈 에이아이, 구글 딥마인드, 메타,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일련의 작업을 연속 수행하는 ‘오토파일럿(autopilot)’형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이들 기업의 AI는 이제 사람의 지시에 따라 단일 작업을 수행하는 코파일럿(co-pilot)형을 넘어섰다.

오픈 에이아이는 현재, 웹 브라우징, 코드 작성, 파일 정리, 이메일 응답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실험 중이다. 이 AI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출장 계획을 세워줘”라고 말하면, 항공편 검색부터 이메일 확인, 호텔 예약까지 일련의 절차를 자동으로 처리한다.

FT에 따르면, 이러한 기술은 ‘생각의 사슬(Chain-of-Thought. 문제의 인과 관계에 대해 ‘문제-풀이-답’ 형태로 프롬프트를 구성, 차근차근 풀어 전개해 정답에 더 잘 도달할 수 있다는 개념),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어떤 환경 안에서 선택 가능한 행동들중, 보상을 최대화하는 행동 혹은 행동 순서를 선택하는 방법)’, ‘벡터 데이터베이스(데이터 객체의 수치적 표현인 벡터 형태로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 등과 같은 고급 기술의 결합 덕분에 가능해졌다. 단일 명령이 아니라, 사용자의 의도를 추론해 복잡한 작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이에따라 AI 에이전트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챗봇처럼 스크립트에 따라 질문에 답하거나 웹에서 정보를 가져오는 등의 작업을 수행하던 도구를 넘어, 빠르게 발전 중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로 구동되는 AI 에이전트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며, 프로그램된 규칙과 환경 상호작용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점점 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사전 정의된 경로 없이도 작동한다. 머신러닝과 신경망을 활용해 맥락을 이해하고, 동적인 상황을 분석·대응하며, 경험을 학습하고, 문제 해결 및 추론을 통해 전략적 결정을 내린다.

오픈에이아이의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는 이제 단순한 코파일럿을 넘어, 실제 조종석에 앉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는 자연어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AI 접근성을 넓혔다. 특히,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유용하다. 컴퓨팅 파워와 메모리의 발전으로, LLM과 더 정교한 머신러닝이 가능해졌다. 더 많은 사용자가 접근할수록 상호작용의 편의성은 개발 속도를 가속화한다. 동시에 AI 자체가 혁신 주기를 단축시키며, 출력을 개선하고 더 빠른 반복 프로세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AI 에이전트의 개발 단계는, 완전 수동에서 완전 자동차로의 진화(0~5단계)에 비유된다. 현재 자율주행차는 환경에 따라 2~4단계로 작동하며, 자동화는 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감독과 때때로의 개입이 필요하다. AI 에이전트도 비슷한 단계다. 대부분은 2~3단계에서 작동하며, 일부 ‘특수 시스템’은 엄격하게 정의된 영역에서 4단계로 진행된다. 5단계(모든 영역 또는 기업 경계를 넘어 최소한의 인간 입력으로 복잡한 임무를 완전히 이해·계획·수행)는 아직 이론적인 영역이다.

현재 AI 에이전트는 주로 내부 역할에서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위해 사용되며, 매출 증대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FT에 따르면, 다양한 산업의 167개 기업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 분석결과, AI 에이전트는 고객 서비스, 내부 운영, 영업 및 마케팅 기능에서 가장 높은 도입률을 보였다.

고객 서비스에서는 12~30%의 시간 절감, 내부 운영에서는 30~90%의 효율성 향상, 영업 및 마케팅 팀에서는 9~21%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었다.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BER)의 고객 서비스 소프트웨어 기업 분석 결과, AI는 문제 해결률을 높이고 소요 시간을 단축시켰다.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신입 직원이었다. AI가 경험 많은 직원의 지식을 전자적으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베테랑 직원의 성과는 개선되지 않았다. 

고도로 숙련된 역할에서는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 같은 기술적 영역에서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지만, 슈퍼 개발자의 생산성과 속도는 크게 향상된다. AI의 코딩 적용은 잘 알려져 있다.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레노버는 엔지니어의 코드 작성 속도와 품질이 10% 향상됐다. 자연어 인터페이스 덕분에, 비전문가도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점점 더 가능해지고 있다. FT는 “이것이 에이전트형 AI의 진정한 혁명”이라며 “코딩을 하려면 이전에는 어떤 새로운 언어의 난해한 기술을 배워야 했지만, 이제는 모국어로 말만하면 작동한다”고 했다.

금융과 관련, AI 에이전트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거래 결정을 내린다. 또 고객 프로필에 따라 투자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AI는 사기 식별에 도움을 주며, 의심스러운 활동을 실시간으로 신고할 수 있다.

의료 AI는 자율 진단 도구로 환자 기록과 이미지를 사용해 문제를 식별하고, 맞춤형 치료법을 권장하며, 환자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후속 조치를 제안하거나 상기시킬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로봇 지원 수술에서 제어와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패턴 인식, 딥러닝, 컴퓨터 비전은 기계가 실시간으로 수술 절개를 조정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수술 후 합병증을 관리하며,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조기 경고를 제공한다.

법률 AI는 계약 초안 작성과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 외에도, 사건에 대한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 역사적 데이터나 판사의 판결을 분석해 소송의 잠재적 결과를 예측하고 논거를 제안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업의 재무 정보를 활용해, 합병 시 고객이 어떤 관할 구역에 신고해야 하는지도 평가한다. 누락된 데이터를 식별하고 각 당사자에 대한 정보 요청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제조 분야에서도 장비 모니터링 및 유지 관리, 프로세스 최적화에 사용된다. 인간보다 더 일관되게 입력 및 출력 품질 관리를 수행할 수 있다. 소매분야에서는, 공급망 전반에서 역사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고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며, 트렌드와 수요를 예측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미래에는 데이터 교환 기술을 중심으로 개발된 AI 에이전트가 자체 데이터 교환을 생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AI 에이전트 도입에 앞서 기업은, 먼저 비즈니스 요구 사항을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정교한 옵션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다. 성공적인 구현은 각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 수준을 선택하는 데 있다. AI 에이전트의 사용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기업은 명확하고 필요 기반의 전략을 가지고 위험과 완화 방법을 완전히 인식해야 한다. 

FT는 “AI 에이전트의 초기 도입자는 에이전트를 더 빠르게 훈련시키고,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의하며, AI 전문성을 개발해 다른 기업과의 격차를 벌릴 것”이라며, "이는 도입을 지연하는 기업을 뒤처지게 할 것이기에 신속한 대응이 필수"라고 밝혔다.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스웨덴의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2024년 말 “AI를 사용해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물류 부문도 AI의 영향을 받았다. 아마존은 수년 동안 창고에서 자율 로봇을 사용해 왔다. 특히 조사·기획·요약·자료 정리 등 지식노동의 자동화가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오류 가능성과 책임 소재다.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거나 부적절한 결정을 내릴 경우,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법적·윤리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성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