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플랫폼은 스마트 글래스.‘저 사람 이름은 뭐야’를 묻게 됐다”

FT, “안면 인식하는 ‘메타 스마트 글래스’로, 사회적 불편 해소 vs 사생활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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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몰래 카메라’ 논란 속에 퇴장당했던 구글의 ‘스마트 글래스’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엔 메타가, 안면인식 기능을 새로 넣은 레이밴의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타의 이 스마트 글래스는, 사진·영상 촬영은 물론 사물 인식, 질의응답까지 가능해 졌다. 메타는 이 안경이 세계적 히트 제품이 될 것으로 보고, 연간 제품 1000만 개 생산 계획까지 세웠다.

메타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두터운 테의 스타일리시한 이 레이밴 안경을 중년 이미지의 변신 시도의 중요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글 글래스(Google Glass)의 참패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메타의 스마트 안경은 2025년의 깜짝 히트 상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팬층도 매우 다양하다. 이 글을 쓴 기자도 하나 가지고 있고, 영국의 정치인 나이절 파라지도 그렇다. 아직까지 이 기자에게 메타의 스마트 안경을 ‘글래스홀(Glasshole·Glass+Asshole)’이라고 누가 비난한 적은 없다고 한다.

디자인이 개선되면서, 구글 글래스를 무너뜨렸던 사생활 침해 논란도 상당 부분 진정된 듯하다고 FT는 밝혔다. 당시 초기 사용자들은 몰래 사람을 촬영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변태”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메타의 299달러(약 40만 5922.40 원)짜리인 이 레이밴 안경은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했다. 기능상으로는 구글 글래스와 유사하다. “헤이 메타”라고 부르면 사진 촬영, 영상 녹화, 질문 응답, 사물 인식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사람을 식별하는 기능은 아직 없다. 하지만, ‘단지 아직’일 뿐이라고 FT는 덧붙였다.

메타는 2021년부터 스마트 안경에 안면 인식 기능을 탑재하는 구상을 흘려왔다고 한다. 당시 하드웨어 책임자였고 현재는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된 앤드류 보즈워스는 이 기능을 “매우 유용한 사례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당시에는 기술적 난이도 탓에 보류됐다고 FT는 밝혔다. 그러나, 최근 더 인포메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관련 작업을 다시 추진 중이다.

우리가 ‘프라이버시’에 대해 갖고 있는 개념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변화했다. 사람들은 ‘위치를 추적하는 앱’, ‘자신을 촬영하는 초인종 카메라’, ‘비밀을 말하는 AI 앱’도 자발적으로 설치한다. 얼굴 사진은 인터넷에 널려 있다. 공항 보안 검색이나 스마트폰 잠금 해제에 얼굴 인식은 흔히 사용된다. 심지어 경찰들은 실시간 얼굴 인식 기술을 시험 중이다. 핌아이즈(PimEyes) 같은 얼굴 검색 엔진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 안경에 안면 인식이 추가된다고 해도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이 기능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기억을 보조하고 어색한 상황을 피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예전 직장 동료거나 친구의 새 연인일 수도 있다. 당황하기도 전에 스마트 안경이 조용히 상대의 이름을 속삭여준다면, 사회적 민망함은 쉽게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 입장은 다를 수 있다고 FT는 내다봤다. 그들의 얼굴이 촬영되고, 인식 소프트웨어가 얼굴의 세부 요소들을 분석해 인터넷상의 사진과 비교하기 때문. 그중 일부는 본인이 올린 사진이겠지만, 일부는 본인도 존재를 모르는 자료일 수 있다. 그들은 직접 자신을 다시 소개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선택권은 그들에게 없었다고 FT는 해석했다.

모두가 이러한 ‘프라이버시 허무주의’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당신의 얼굴은 이제 우리 것(Your Face Belongs To Us)’의 저자 카슈미르 힐은 “웨어러블 기기에 안면 인식이 도입되는 것에는 대중이 반대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람은 거리에서의 익명성을 여전히 중요하게 여긴다”고 본다. 

그녀는 또한 기술 악용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다. “우리는 기술이 아닌, 사회를 중심에 둔 규범과 기준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자동차가 고속 주행 가능하더라도 속도 제한과 교통 규칙이 존재하듯, 강력한 AI에도 제약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영국에서는 이 기술을 합법적으로 도입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유럽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 의해 이 기술은 법적으로 매우 복잡하게 규제된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전문 변호사인 제임스 카스트로 에드워즈는 “기업들이 관련 위험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잘못 처리할 경우, 정보위원회(ICO)의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

결국, 프라이버시와 편리함 사이의 균형은 계속 이동 중이다. 더 많은 기업이 스마트 안경을 출시하고 기능을 확장하면서, 우리는 그 경계선이 어디인지 분명히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FT는 밝혔다. 애플도 자체 버전을 준비 중이며, 바이두와 바이트댄스도 개발 중이다. 구글은 안경 브랜드 워비 파커와 함께 AI 안경을 만들고 있다.

저커버그는 스마트 안경을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이라 선언했다. 메타에 따르면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세 배 증가했다. 레이밴을 소유한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는 2026년까지 연간 1000만 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유럽의 파편적이고 불확실한 규제 탓에 영국 출시 일정은 미뤄졌다.

얼굴 인식 기능은 끝내 추가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술이 존재한다고 해서, 우리가 반드시 그것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FT는 강조했댜.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