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링, 몬조, 레볼루트, 오크노스 등 영국 인뱅들, 잇따라 미 공습”

FT, 유럽 핀테크의 '대서양 건너 도전'에 귀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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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터넷은행들이 비투비(B2B) 플랫폼 등을 앞세우며 대서양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디지털 은행 스탈링(Starling)과 몬조(Monzo)가 미국 시장 진출과 뉴욕 증시 상장 방침을 밝혔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앞서 영국 인터넷은행인 레볼루트(Revolut), 오크노스(OakNorth) 등도 잇따라 미국 소매·기업 금융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25억 파운드(약 4조 6685억 2500만 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스탈링은 지난해인 2024년까지만 해도 “영국이 자연스러운 본거지”라고 선언했었다. 조류의 이름을 딴 스탈링은, 새의 모방 능력과 기적 같은 방향 전환으로 유명하다. 이 디지털은행은 소매금융을 넘어, 자체 소프트웨어를 미국에서 다른 은행에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FT는 “이번 (미국 진출) 결정은 다소 급선회에 가깝다”며 “미국은 카드 수수료 등 구조적 수익성이 높고 시장도 방대해 핀테크들에겐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고 평가했다. 미국 은행들은 막대한 시장 규모와 높은 카드 수수료(interchange fee) 등으로 인해 결제 관련 사업의 수익성이 좋다. 실제로 제이피모건의 소비자 금융 부문 브랜드인 ‘체이스(Chase)’는 최근 분기 36%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을 기록했다.

FT에 따르면, 이들 영국 인터넷은행들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몬조는 이미 한 차례 미국 진출을 포기한 바 있다. 레볼루트도 은행 인가를 얻지 못해 철수했다. 이 때문에 스탈링은 아예 기술이 낙후된 미국 은행을 인수해 개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직접 인가를 받는 것보다 수월하며, 스탈링의 핵심 은행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다른 금융사에 판매하는 비투비(B2B) 비즈니스를 부각시킬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시장의 매력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왜 자신들이 이전의 유럽 기업들과는 다르게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미국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 그지없다. 제이피모건 같은 대형 은행 외에도, 수천 개의 지역 중소 은행들이 존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다소 구식으로 보일 수 있으나, 지역 내 신뢰도와 오랜 고객 관성에 힘입어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다. 

게다가 미국 내에는 이미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토종 핀테크 업체들도 즐비하다. 대표적으로 차임(Chime)은 연간 광고비만 해도, 스타링 전체 운영 예산과 맞먹는다.

핀테크들의 해외 진출은 영국 내의 시장 성장 한계와도 무관치 않다. 영국 내 고객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영국의 전통 은행들이 디지털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도 쉽지 않다.

설령 영국 핀테크들이 세계 제패에 실패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사업 다각화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오크노스는 중견기업 대출이라는 특화된 틈새시장을 확보했다. 하지만, 영국 내에서 지나친 속도로 성장하면 무분별한 대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영국의 신생 인터넷은행들은 무명 스타트업에서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고객 증가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영국에서 기존 4대 은행(로이즈, 내트웨스트, 에이치에스비씨, 바클레이스)은 핀테크 열풍 초기보다 훨씬 건전해졌다. 5위인 산탄데르(Santander)는 영국 신탁자저축은행(TSB) 인수를 통해 공세에 나섰다.

대서양을 건너는 여정은 양방향이다. 미국 은행들도 영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체이스 유케이(Chase UK)는 최근 신용카드를 출시했는데, 스탈링은 이전에 보상 프로그램 비용이 높아 경쟁하기 어렵다고 인정한 분야다.

미국 금융계의 거물 제이미 다이먼 제이피모건 최고경영자(CEO)는 “핀테크들은 유능하고 똑똑하지만, 우리를 위협할 존재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실상은 작은 은행들이 다이먼을 두려워해야 하지, 다이먼이 그들을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FT는 평가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