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백오피스 자동화를 넘어, △세무 규제 준수, △매출 분석, △신제품 투자수익률(ROI) 산출 등 고차원 재무 업무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아마존이 생성형AI를 재무에 도입해 60만 개 벤치마킹 기업의 국경간 이전가격(Transfer Price) 분석 시간을 최소 50%로 단축하는 한편, 매출·고객 데이터 분석을 신속처리하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이 회사는 지난 1년간 AI 덕분에 약 2억 6000만 달러(3735억 9400만 원)의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AI 도입으로 일이 줄어든 아마존의 기존 재무분야 인재들은, 전략·분석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아마존은 AI를 재무업무 뿐 아니라, 신제품 개발에도 투입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제품 기획의 문서 작성에 참여, 몇 주씩 걸리던 작업을 단 몇 단계로 효율화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은 재무분야에서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은 △복잡한 세금 규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준수하고, △신제품의 재무적 영향을 평가하며, △수익 변화를 더 잘 분석하기 위해 AI를 투입했다.
이는 많은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백오피스 업무의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다. AI를 활용해 아마존은 보다 복잡한 재무 기능을 해결하려 한다. 이 회사 경영진은 지난 1년간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재무 분야를 확대해 왔다. 지난해, 아마존은 생성형 AI를 △사기탐지, △계정 조정, △재무 예측, △계약 검토 등 핵심적인 백오피스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마존이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수십억 달러(수 조원)를 투자하고, 데이터센터에 1000억 달러(약 143조 5700억 원) 이상을 지출할 계획을 세우는 등 AI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루어졌다고 WSJ는 지적했다.
아마존의 기술 인프라 투자는, 이 회사의 현금 자본 지출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최근 분기에 314억 달러(약 45조 872억 6000만 원)로, 전년 동기의 164억 달러(약 23조 5454억 8000만 원)에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고경영자(CEO) 앤디 재시는 지난 6월, “AI가 향후 몇 년 안에 인력 감축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보고서 작성, △문서 요약, △데이터 소스 통합, △재무 인사이트 생성 방식 재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무 업무에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브라이언 올사프스키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생성형 AI는 아마존의 재무 기능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우리의 프로세스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고, 동향과 기회를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도우며, 팀이 전략적 사고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강조했다.특히 AI 에이전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활용 사례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생성형 AI는 이전가격부터 연구 개발(R&D), 특허관련 세금 문제까지 미국 국세청 규정을 준수하는 데 있어 아마존 재무팀의 효율성과 일관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회사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CFO 존 펠튼은 재무팀이 전통적으로 많은 데이터 소스를 통합하고 “엄청나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이 규정과 규칙 해석, 세금 관련 업무에 AI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이 작업의 대부분은 인간의 감독하에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점차 자동화되고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기업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내부 기업 거래인 이전가격을 분석, 시장 가격과 비교가 가능한지 확인한다. 아마존은 벤치마킹 분석의 일환으로, 60만 개 이상의 기업을 분석하는 데 생성형 AI를 사용중이다. 펠튼은 초기 테스트 결과를 인용, AI 도구가 이러한 분석을 완료하는 시간을 최소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재무 직원은 생성형 AI 챗봇을 사용, 수익과 고객 데이터를 검토하고 이들을 심층분석하고 있다. 펠튼은 재무 책임자들이 자연어를 활용해 주간과 월간 수익을 보여주는 대시보드를 만들고 질의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AI 에이전트에게 △지난주 수익이 왜 증가했는지, 또는 △특정 고객의 구매 습관이 왜 최근에 바뀌었는지, 혹은 △구매를 중단하거나 다시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을 수 있다.
펠튼은 AWS 직원들이 내부 재무 보고서 작성을 위해 이 도구를 매일 사용한다고 했다. “1년 전만 해도 우리는 이를 가지고 놀기 시작하는 단계였다. 오늘은 이것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펠튼은 1년 전에는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잦아 요약 내용을 세 번씩 확인해야 했다. 그는 여전히 결과를 두 번씩 확인하지만, 그에 필요한 노력은 “크게 줄었다”고 했다. 아마존은 재무팀이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실험을, 외부 공급업체로부터 디지털 광고, 이벤트 제작,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같은 직원 구매를 승인하는 데에서 계속하고 있다.
조사·컨설팅 회사인 가트너의 전 선임 이사이자 독립 컨설턴트 마크 맥도날드는 “거의 3년간의 실험 끝에, 많은 기업이 재무 업무에 더 많은 생성형 AI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같은 대기업은 AI에 대한 노력에 자원을 할당하고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자유가 더 많다. 하지만, 일부 소규모 기업은 AI 이전 시대의 재무 업무에 아직도 갇혀 있다고 그는 말했다.
맥도날드는 재무 분야에서 AI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표준화되지 않은 백오피스 업무, 즉 그들의 비즈니스에 더 맞춤화되고 기성 솔루션이 없기 때문에 거의 스스로 구축해야 하는 일들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AI 에이전트는 곧 출시될 아마존 신제품의 투자 수익률(ROI)과 잠재적 가격을 추정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재무팀과 제품 관리팀 등은 수십 년 동안 홍보/자주 받는 질문들(PR/FAQ)이라고 알려진 제품 문서 초안을 작성하는 데 몇 주에 걸쳐 씨름해왔다. 이 문서는 신제품의 사업 계획과 고객 경험을 설명한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팀이 이 문서의 일부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펠튼은 이 PR/FAQ를 작성하는 과정이 매우 엄격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여전히 엄격하지만, AI 에이전트가 그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팀은 몇 가지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AI로부터 거의 완성된 결과물을 받는다. AWS는 240개 이상의 클라우드 제품을 제공한다.
펠튼은 “보도 자료는 인간의 손으로 매우 빠르게 수정된다. 그 다음에는 소프트웨어 에이전트에게 넘겨져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세상을 분명히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세상은 아이디어에서부터 제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빠르게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내가 볼때, 이건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다. 우리는 그 세상을 곧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WSJ에 말했다.
펠튼은 언젠가 15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자신에게 통찰력을 제공하고 핵심 재무 작업을 완료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내가 하고 있는 일 중에는, 예전에 내가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다”며, 부분적으로는 에이전트의 사용을 언급했다.
펠튼은 AI가 이미 아마존 직원들을 더욱 생산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순고용 감소를 초래할지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덧붙였다. 잠재적 비용 절감에 대해서도 그는 언급을 피했다. CEO인 재시는 지난해 생성형 AI 덕분에 연간 약 2억 6000만 달러의 효율성 향상을 달성했다고 WSJ에 언급했다.
펠튼은 자신의 업무에서 가장 큰 제약은 시간이라고 했다. “하루에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할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다”며 “생성형 AI가 하는 많은 일은, 재미없을 수도 있는 귀찮은 부분을 없애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경영진은 AI가 재무 인재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올사프스키는 “강력한 전통적 기술 능력 외에도, 우리 재무 리더들은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빠르게 적응하며, AI가 생성한 정보를 의미 있는 비즈니스 통찰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드헌팅 회사 에곤 젠더가 이달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CFO의 18%가 AI 도입으로 재무 부서의 일자리를 없앴다. 이들 중 대부분은 회계 및 경리 직무가 정리됐다고 응답했다.
가트너의 선임 이사 애시 메타는 “AI가 수동적 개입을 덜 필요로 하게 되면서, 거의 모든 기업의 재무 전문가들은 더 분석적이고 전략적으로 변해야 한다. 이들은 비즈니스 조언자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과거에 재무 전문가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기술들이 미래에는 더이상 그들을 성공시키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