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 구글 등 검색엔진 최적화는 이제 옛말”

WSJ, “AI에 걸리게 하는게 새 목표. LLM통한 ‘블프’ 유입 1년새 8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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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의 주체가 사람에서 인공지능(AI)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올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챗 지피티 등 인공지능(AI) 검색을 통한 전자상거래 유입이 전년 대비 8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AI 검색순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세 상품 정보, △13주 이내에 업데이트하는 최신성, △레딧 등 커뮤니티에서의 실제 사용자 평판 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를 계기로 일선 마케터들은 AI 검색 전략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할지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WSJ는 밝혔다. 베스트바이부터 엣시까지 20개 대형 소매업체 웹사이트는 챗지피티 등 대형언어모델(LLM)을 통해 하루 평균 18만3000건의 방문을 기록했다. 이는 마케팅 소프트웨어 기업인 셈러시의 조사결과. 

전통적인 검색 트래픽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거의 8배에 달한다. 2023년만 해도 각 사이트로 유입되는 AI 검색 트래픽은 하루 수백 건 수준에 불과했다.

WSJ에 따르면, AI 검색은 분명 매출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

“오늘날 모든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자사가 챗지피티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어도비의 디지털 경험 부문 사장 아니릴 차크라바르티는 지난 11월 셈러시를 19억 달러(약 2조 8099억 1000만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벤저민 후이는 “채널을 바꿀 필요는 없다”는 입장에 선 인물이다. 그는 올해 초 개인 자금을 들여 LLM 결과에서 브랜드 노출을 최적화하는 도구인 ‘로어라이트(Lorelight)’를 출시했다. 하지만, 약 6개월 만에 접었다.

로어라이트의 데이터는 AI 알고리즘을 공략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전통적인 검색엔진최적화(SEO·Search Engine Optimization)의 기본 원칙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줬다. △권위 있는 매체에 등장하고, △전문성을 갖춘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AI에서 더 높은 순위를 올려줄 수 있다는 이 제품의 핵심 전제 자체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됐다”고 후이는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진영은 “SEO는 죽었다”는 주장에 가깝다. 이들은 ‘답변 엔진 최적화(AEO·Answer Engine Optimization)’ 또는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라 불리는 새로운 접근법이, 기존 SEO와는 전혀 다른 전략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이 믿음에 힘입어, 올해 수많은 AEO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AI 검색이 당장 SEO를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5년의 방향성은 “되돌릴 수 없는 일방통행”이라고 에버튠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스템펙은 말한다. 그는 최근 버지니아대 학생들에게 주 검색 플랫폼이 구글인지 물었다. 하지만 손을 든 학생은 없었다고 그는 전했다. 이들은 챗지피티, 구글 제미나이, 엑스(X)의 그록(Grok), 틱톡 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시장조사업체인 마크엔텔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글로벌 SEO·AEO 서비스 시장은 지난 2024년 814억 달러(약 120조 2440억 8000만 원)에서 2030년 1710억 달러(약 252조 7551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AI 최적화 수요가 성장의 주요 동력이다. AI 검색 최적화 스타트업 가운데 최대 규모인 에버튠, 그리고 프로파운드는 지난 8월 각각 1500만 달러(약 221억 7600만 원), 3500만 달러(약 517억 4400만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른바 ‘AEO 골드러시’에는 기존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보도자료 배포 업체인 글로브뉴스와이어는 지난 9월 프로파운드의 데이터를 활용해 홍보(PR) 캠페인을 제작·추적하는 신제품을 발표했다. 에버튠은 제휴 마케팅 플랫폼인 임팩트닷컴과 손잡고, LLM 검색 결과에 노출되도록 설계된 유료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프로파운드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제임스 캐드월러더는 “초기에는 AI 최적화가 SEO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두 영역이 공존하며 융합될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SEO 기업들은 AI 서비스를 추가하고, AI 기업들은 SEO 요소를 흡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이 AI 검색 결과에서 더 잘 보이려면, LLM에 학습할 재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뉴스 보도자료를 더 많이 배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대화형·맥락형 질문에 답해야 하는 LLM의 특성상, 기존 SEO보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밀은 없다. 콘텐츠를 많이 만들면, 모델은 그걸 빨아들인다”. 캐드월러더의 말이다.

하지만 일부 마케터들은, 이 접근이 과거의 ‘콘텐츠 농장(content farming. 질보다 양에 치중하는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고 우려한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카스닷컴을 운영하는 카스 커머스의 CMO 제니퍼 비아넬로는 “우리는 이런 접근을 이미 겪어봤다”며 “양은 많지만, 가치는 없는 전략”이라고 WSJ에 지적했다. 다만 글머리 기호(불렛 포인트), 요약정리 등 가독성을 높이는 편집 방식은 LLM 친화적일 뿐 아니라 기존 SEO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무료 주차, 스트리밍 서비스, 수영장 등 호텔 편의시설을 매우 세부적으로 설명한 콘텐츠를 추가한 이후, AI 응답에서 익스피디아 노출이 늘었다고 이 회사 CMO 요헨 쾨디이크가 말했다. 

또한, 프로파운드 연구에 따르면 AI 검색은, 전통적 검색보다 최신 것을 더 중시한다. 최근 13주 이내에 게시되거나 업데이트된 콘텐츠는 챗봇 응답에 등장할 확률이 50% 더 높았다.

셈러시의 CMO 앤드루 워든은, AI 검색이 레딧, 쿼라, 유튜브 댓글 등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를 훨씬 더 중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검색에서 성공하려면 △브랜드가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그것이 시장에서 어떻게 이야기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스피디아의 쾨디이크는 “2년 뒤 AI 검색이 어떻게 될지 확실히 안다고 말하는 사람은 믿지 않는다”며 실험과 유연성을 WSJ에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