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관련 비위 근절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정부가 합동특별감사반을 구성, 오는 26일부터 농협중앙회·농협재단 등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하는 가운데, 전임 회장들의 측근이 ‘이상한 거액구매’를 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농업인들의 복지를 위해 쓰여야 할 농협의 재단 자금 수십억원이 이들의 ‘뒷돈’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특별감사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22일 데이터뉴스 취재에 따르면, 정부는 국무조정실·농림축산식품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41명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을 구성해 집중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앞서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변호사·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 6명을 포함해 총 26명을 투입해 감사를 실시했다. 당시 감사결과, 농협중앙회·농협재단 비위 의혹 2건이 수사 의뢰됐고, 부적절한 기관 운영 등 65건이 적발됐다. 이번 특별감사는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했던 선행 특별감사의 후속 감사다.
“반값 중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
23일 데이터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농협의 ‘이상한 거액구매’ 의혹은 김병원 전 중앙회장 시절부터 시작됐다. 당시 농협재단은 국내 시판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가 중국산 보행보조기(실버카)를 대량 구입했다. 구입금액은 약 20억원으로, 투명한 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구매를 주도한 인물은 김 전 회장의 고교 후배로, 당시 농협재단의 주요 간부를 맡고 있었다.구입금액 20억원 중 10억원은 농협의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안을 잘 아는 전직 농협 고위 관계자는 “해당 인사가 중국산을 사들인 뒤, 그보다 배가 비싼 국산제품을 구매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그 차액을 빼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회장 당시의 이 구매가 내부 통제 장치 미비로 걸러지지 않자, 후임인 이성희 전 회장 재임 시절에도 동일한 수법의 비리가 반복됐다고 동 관계자는 토로했다. 또다시 20억 원대의 중국산 보행보조기 구매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단위농협 창고는 ‘고철 전시장’
김 전 회장 당시 수의계약은 보행보조기뿐 아니라, 파종기, 균평기 등 농기계의 무상공급 사업에서도 진행됐다. 농협중앙회가 전국 단위농협의 의사와 무관하게, 불요불급한 이들 농기계를 대규모로 구매해 무상으로 나눠줬다. 이 결과, 몇몇 단위 농협은 희망하지도 않은 농기계를 대거 떠안아, 아직도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전북의 경우, 김제의 단위농협과 부안의 단위농협 등 창고에는 당시 전달받은 기계들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수년간 고철로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현장 관계자들은 “농협중앙회의 전임 회장 측근들이 특정 업체와 결탁해 수의계약을 맺고 물량을 밀어낸 결과”라며 “농업인의 소중한 자산으로 쓰였어야 할 농기계들이 지역의 창고에서 그대로 녹슬고 있다”고 개탄했다. 농업계에서는 당시 농기계 구매를 주도한 부서 담당자들과 전국 단위 농협들에 대한 정부합동특별감사반의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역대 농협회장 7명중 6명이 사법처리
역대 농협 회장들의 면면을 보면, 농협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는 극명히 드러난다. 1988년 민선제 도입 이후 역대 농협중앙회장 7명 중 5명이 비자금 조성, 뇌물 수수, 불법 선거운동 등 각종 비리로 검찰 또는 경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됐다.
김병원 5대 회장(2016~2019)은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퇴임 직후 최종심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15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아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그의 재임 시절 자행된 실버카 구매 비리의혹과 농기계 무상 공급 의혹은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성희 6대 회장(2020~2024)은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으나, 그의 재임 시절에도 김병원 전 회장 때와 유사한 실버카 구매 비리가 20억원대 규모로 반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임기 만료 보름을 앞두고 정계 진출을 위해 사퇴했다. 현 강호동 7대 회장(2024~ )은 2023년 말 회장 선거 전후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금권선거로 뽑힌 제왕적 회장제’ 때문
전문가들은 농협 비리의 근본 원인으로 ‘제왕적 회장제’와 ‘금권 선거’를 꼽는다. 자산 700조 원, 계열사 30여 개를 거느린 ‘농민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만 되면 모든 인사권과 자금권을 쥐게 되기 때문이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농협은 금권 선거로 조달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비위와 보은 인사가 반복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역대 민선 회장들의 면면을 보면 농협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극명히 드러난다. 1988년 민선제 도입 이후 역대 농협중앙회장 7명 중 6명이 비자금 조성, 뇌물 수수, 불법 선거운동 등 각종 비리로 검찰 또는 경찰 수사를 받았다. 이 중 3명은 임기 중 구속됐다.
한호선 초대 회장(1988~1994)은 농협 예산 혐의로 원철희 2대 회장(1994~1999)은 업무추진비 횡령혐의로 1999년 구속됐다. 정대근 3대 회장(1999~2007) 역시 비리협의로 2007년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병원 5대 회장(2016~2019)은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퇴임 직후 최종심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15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아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그의 재임 시절 자행된 실버카 구매 비리와 농기계 무상 공급 의혹은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성희 6대 회장(2020~2024)은 형사 처벌은 받지 않았으나, 그의 재임 시절에도 김병원 전 회장 때와 유사한 실버카 구매 비리가 반복된 것을 알려졌다. 이 회장은 임기 만료 보름을 앞두고 정계 진출을 위해 사퇴했다.
현 강호동 7대 회장(2024~ )은 2023년 말 회장 선거 전후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 이상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협 비리의 근본 원인으로 ’제왕적 회장제‘와 ’금권 선거‘를 꼽는다. 자산 700조 원, 계열사 30여 개를 거느린 ’농민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만 되면 모든 인사권과 자금권을 쥐게 되기 때문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농협은 금권 선거로 조달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비위와 보은 인사가 반복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정부는 합동특별감사 착수와 함께, ‘농협 개혁 추진단’을 구성해 농협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설 계획이다. 농협도 자체 개혁에 나섰다.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이자 최측근인 이광범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가 위원장이 됐다. 또, 현 정부 초대 민정수석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오광수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위원으로 임명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농협은 농민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생산·유통·금융 전반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지만, 설립 취지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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