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유전체지도 초안' 최초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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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연

tame@datanews.co.kr | 2006.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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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의 유전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한우 유전체지도 초안이 국내 대학연구팀에 의해 최초로 완성됐다.

한우 연구 및 개량을 위한 획기적 전기가 될 이번 연구의 주역은 영남대 생명공학부 최인호(崔仁浩, 42) 교수팀.

2002년 3월, '바이오그린 21'사업에 선정된 최 교수팀은 농촌진흥청 지원 하에 한우 유전체 연구에 필요한 소재 확보 및 체계적 정리 작업, 한우 유전자지도 작성 및 유전자정보 전산화 기초작업, 유용 유전자의 스크리닝(screening) 시스템 개발, 한우육과 수입육을 구분할 수 있는 바이오 마커(Bio-Marker) 개발 연구 등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약 15억 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영남대 생명공학부 분자생물학 연구실 학생들과 여정수 교수(경북한우클러스터사업단장), 생명공학원 박홍석 박사, 인제대 의대 이용석 교수 등이 함께 땀을 흘린 결과, 최근 '한우 유전체지도 초안 완성'이라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낳았다.

최 교수팀에 의해 최초로 완성된 한우 유전체지도 초안에는 한우가 가진 염색체 30쌍(약 30억 개의 염기쌍)의 기초 유전자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순종 한우의 백혈구에서 채취한 15만 개의 한우 클론 중 2만여 개의 말단 염기서열을 밝혀내 각 클론의 ID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사람의 지문 정보를 보관해 개인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한우 클론의 염기서열 일부를 분석·보관함으로써 염색체상에서 각 클론의 위치를 결정짓고 구분하는 방법이다. 또한 최 교수팀은 유전자 분석결과와 생물정보학 기술을 이용해 외국소의 유전자지도와 비교 검토함으로써 외국소와 차별화된 한우 특이 DNA 마커 개발 전망을 밝게 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국내외 학술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며, 최초로 밝혀낸 약 3만8천 건의 한우 유전자정보(약 2천3백만 염기서열)도 세계유전자은행에 조만간 등록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는 "한우 유전체지도를 만드는 작업은 김정호 선생이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우리나라의 지형을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장기적으로 외적의 침입에 대비할 수 있는 밑바탕을 제공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우의 특이 유전자가 어느 염색체의 어디쯤에 있는 지를 미리 그려놓는다면, 향후 연구에 필요한 특정 유전자를 구미에 맞게 찾아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아울러 최 교수팀은 국내 유일한 '한우 유전체도서관(BAC library)'을 영남대 생명공학부 연구실에 설립했다.

유전체도서관은 순종 한우의 백혈구 세포로부터 채취한 30쌍의 염색체를 15만 개의 유전자토막으로 잘라 대장균에 장기 보관('클론'이라고 함)하는 일종의 대형 냉동고로, 한우 유전자연구에 있어서는 가장 기초적이며 중요한 인프라 시설이다. 유전자변형을 막기 위해 영하 80도 상태를 항상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정전이나 기기고장은 최악의 비상사태다. 이러한 비상사태에 대비해 최 교수는 15만개의 한우 클론을 복사한 3개의 카피를 3개의 냉동고에 보관 중이며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서며 지키고 있다.

최 교수는 "특정 연구에 필요한 클론을 쉽게 찾아내 활용할 수 있도록 한우 유전체도서관에 보관된 15만 개 클론에 대한 스크리닝 시스템을 구축하고 많은 연구자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게 된 것이 또 하나의 큰 성과"라면서 "몇 년 전 생명공학부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 중이었는데, 한밤중에 폭우가 쏟아져 학교로 달려가 보니 마침 연구실에 남아있었던 여학생 3명이 우산을 받쳐 들고 냉동고를 지키고 있었다. 그 정도로 한우 유전체도서관은 우리 연구팀에게 소중한 보물"이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15만개 한우 클론 중 나머지 13만개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정밀한 한우 유전체지도를 최종적으로 완성해 한우의 진화학적 연구에 필요한 핵심 자료를 제공하는 것. 또한 한우육과 수입육을 구분할 수 있는 한우 고유의 DNA 마커를 발굴해 이를 전산화하고 보급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한우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한우는 우리나라 가축 중 유일하게 비교적 순수성을 잘 유지하며 한국인의 체질에 가장 알맞은 고급단백질을 제공해왔지만, 지금까지 한우 유전체를 지키고 개량하는 연구 노력과 이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료 확보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지 않았다. 그 결과 한우는 오늘날 FTA의 파고 앞에서 값싼 외국 소에 밀려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라면서 "한우 농가의 생계 보장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의 건강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한우 유전체지도 완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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