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정완상 교수, 과학공화국 법정시리즈 등 70여 권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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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남

phanta@datanews.co.kr | 2007.04.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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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쥐라기공원 같은 과학 작품 쓰는 우리나라 작가 나왔으면…과학은 과학자만의 것이 아니다.'

수학·물리·화학·생물 등 '과학'은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과학을 쉽고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영화 'ET'나 '스타워즈'처럼 과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소설·시나리오를 쓰는 작가가 국내에는 매우 드물다.

경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정완상(鄭玩相·기초과학부 물리학전공·46) 교수가 어렵고 딱딱한 과학·수학을 초등학생도 쉽게 알 수 있도록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쥐라기공원을 능가하는 과학소설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알고 보면 우리의 먹고 사는 생활 자체가 과학인데도 불구하고 전문가·과학자들만 알 수 있는 영역으로 치부돼 온 '과학'을 명작동화로, 법정재판기록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줌으로써 누구나 '과학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과학은 과학자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완상 교수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저술 활동. 전문용어와 흑백사진이 꽉 차 있는 두꺼운 과학책이 아니라 초등학생 정도라면 누구나 쉽게 읽으면서도 흥미를 끌 만한 소재와 주제로 책을 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들려주는 상대성원리 이야기', '퀴리부인이 들려주는 방사능 이야기' 등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시리즈' 100권 중 31권을 정완상 교수가 썼다. 상대성 원리 이야기를 아이슈타인이 자신의 손자에게 들려주듯, 아니면 아인슈타인이 초등학교 교사가 된 듯이 서술한 것이 특징이다.

'과학자가 다시 쓰는 세계명작' 시리즈 20권 중 정완상 교수가 쓴 것은 11권이다. '호킹이 다시 쓰는 어린 왕자' 등이 그것이다. 어린이들이 한번은 읽었음직한 동화이지만 물리·화학적 원리들을 적용하여 다시 써 보면 재미·감동과 함께 어느새 과학이 머릿속에 쏙 들어오게 된다.

정완상 교수의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는 현재 진행형이다. 수학·물리·화학·생물·지구 등 5개 영역으로 나눠 영역별 각 10부작으로 총 50권 발간예정인 이 시리즈는 현재 3부까지 나왔고 4월 중순이면 4부 5권이 더 나온다. 오는 10월까지 매월 5권씩이 예정돼 있기도 하다. 책 이름은 '과학공화국 물리법정'이라는 식.

과학공화국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사고들을 재판하는 법정에서는 온갖 과학적 지식과 원리들이 총동원된다. 우연히 일어나는 사고, 단순한 사건이지만 과학이라는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흥미진진한 원리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 1월에는 '수학선수' 시리즈를 펴내기 시작했다. 이 시리즈는 참고서·자습서·문제집·연습장·학습지를 한 권에 담아 유용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으로, 현재 중학교 1학기 과정 4권이 나와 있고 올 여름방학 전에 중학교 1학년 2학기 과정이, 겨울방학 전에는 2학년, 3학년 과정이 나올 예정이다. 중학교 수학과목 전 과정이 20여 권의 시리즈에 담기는 것이다. 수학이 어렵다는 학생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정완상 교수는 '과학 원리를 공부할 때 '이게 과학이다'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지루하고 어렵게 된다'며 '동화나 법정 같은 문학 형식에다 쉽게 풀어서 써놓으면 자기도 모르게 개념과 원리가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완상 교수는 '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과학적 지식을 쌓은 뒤에 작가수업을 하니까 스타워즈·ET·쥐라기공원 같은 SF를 쉽게 쓸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문예창작을 대학에서 전공한 뒤에 과학소설을 쓰려고 하다 보니 어렵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작가를 기다리는 것'은 그만큼 과학의 대중화가 절실하다는 것을 달리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모 방송국의 '생활 속의 물리학' 코너에 고정으로 출연하기도 한 정완상 교수는, 지금은 '어린이 과학동아'에 1년째 과학만화 '내 친구 코봇'을 연재하고 있다.(그림은 만화가 이충호가 그림) 교내·외 각종 강연에도 열심히 다닌다. 원리와 개념의 과학나라 시리즈 중 '정수와 암호의 원리'도 썼다.

'강의를 할 때나 여행을 할 때, TV·영화를 볼 때, 술 마실 때 언제 어디서나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 적어놔야 잊어버리지 않잖아요'라고 말하는 정완상 교수의 연구실에는 아이디어 회의를 한 듯한 메모지들이 벽에 '질서정연하게' 붙여져 있다. 그동안 70여 권의 저서를 낸 데에는 경상대 재학중인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도움도 있었다.

앞으로 계획은? 끝이 없다. 당장은 과학史를 방송뉴스 형식으로 전달하는 10권 분량의 '과학자 방송국 시리즈'가 출판사와 계약돼 있는데 벌써 5권까지 탈고했다. '물리탐정 시리즈'는 구상단계다. 우리나라 과학 교육에 맹점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교과서는 너무 딱딱하고 과학실험은 재미도 흥미도 없다. '스펀지'처럼 재미있고 유익하게 했으면 한다.'

한편 정완상 교수는 1985년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KAIST에서 초중력이론으로 이론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부터 경상대학교 기초과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전공 분야는 중력이론과 양자대칭성 및 응용수학으로, 현재까지 수학·물리 분야의 국제 학술지에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