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원어민강사, 오지 초등학생들 영어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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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남

phanta@datanews.co.kr | 2007.04.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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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첫 토요일 오전 9시, 방지초등학교(경상북도 청도군 금천면 대천리).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고작 65명이 전부인 운문댐 근처의 작은 시골학교가 아침 일찍부터 시끌벅적하다. 이달부터 한 달에 두 번씩, 영남대에서 파견된 외국인선생님이 직접 영어를 가르치는 '경상북도 댐 지역 초등학교 원어민 지원사업'의 첫 날이기 때문이다.

이곳 아이들 대부분은 직접 외국인을 만나본 적도 없고, 영어를 배우러 학원을 다녀본 적도 없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3학년에 올라가서야 비로소 알파벳을 익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유치원 다닐 나이부터, 심지어 이르면 우리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동시에 영어를 배우는 도시 아이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 이날, 바로 이 아이들이 난생 처음 외국인 선생님을 만났다. 오전 9시 10분, 호기심과 기대로 재잘거리는 1학년과 2학년 학생 20명 앞에 드디어 푸른 눈의 외국인선생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숨을 죽이며 말똥말똥한 두 눈으로 그저 쳐다보기만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외국인선생님은 '하이! 아임 프랭크(Hi, I'm Frank).'라며 자신을 소개했지만 아이들은 마냥 신기한 듯 두 눈을 말똥거리며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나 생전 처음 만나는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과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에 대한 어리둥절함도 잠시. 하나부터 열까지의 숫자를 영어로 세고, 간단한 인사말을 따라하면서 아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어색함도 사라져갔다. 영어로 위, 아래, 오른쪽, 왼쪽을 배운 뒤 간단한 게임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점점 더 흥미를 느끼며 즐거워했다. 40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큰 소리로 선생님을 향해 '땡큐!'라고 외치는 여유와 자신감까지 보였다.

이날 수업은 11시 20분까지 계속됐다. 2교시에는 3·4학년 23명, 3교시에는 5,6학년 22명이 외국인선생님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이날 방지초등학교에서 첫 자원봉사 영어수업을 무사히 마친 프랜시스 캘러헌(Francis Callaghan, 60, 영남대 외국어교육원 강사) 씨는 '도시의 아이들보다 영어에 대한 지식은 좀 떨어지지만 호기심이나 열정은 훨씬 더 높다고 느꼈다'면서 '비록 한 달에 두 번 하는 영어수업지만 이곳 아이들에게 외국인이나 영어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을 털어내고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3학년 박푸름(10) 양은 '난생 처음 외국인선생님으로부터 영어수업을 받게 돼 처음에는 좀 겁 났는데, 게임을 하면서 40분이 금방 지나갔다'면서 '다음 수업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