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 = 안신혜 기자] 내달 4일 자율협약 종료를 앞둔 한진해운의 유동성 지원을 놓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앞으로 1년6개월간 최소 1조 원이 더 필요하며 한진그룹이 최소 7000억 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조 회장은 4000억 원 이상은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진그룹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조 회장이 버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을 비롯해 (주)한진, 한진칼, 한국공항 등 그룹 주요 상장계열사들의 올 상반기 개별기준 현금성자산은 7421억 원이다. 단기금융자산과 매도가능금융자산을 더하면 1조1294억 원으로 늘어난다.
상반기 이들 계열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5252억 원으로 차입금의 11%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1조6627억 원에 그친다.
한진이 가진 것과 벌어들이고 유입된 돈을 모두 합쳐도 3조3174억 원으로 당장 눈앞의 빚을 갚지 못하는 셈이다. 물론 단기차입금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상환기간을 연장 하는 방법이 있어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그간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물류 한진그룹을 지향해온 것에 비춰 어떻게든 추가자금을 마련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현재 재무상황에서 자금 마련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고 못 박은 상황이다. 조 회장의 충분한 지원이 없을 경우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국적 원양 컨테이너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운동맹에서 즉시 아웃되고 영업기반을 상실해 사실상 시장퇴출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지원할 수만은 없다.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지거나 이에 따른 배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늦어도 20일로 예상됐던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자구안 발표가 지연된 이유다.
한진해운 자율협정 종료가 내달 4일로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한진그룹은 이르면 이날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회장이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한편 한진해운의 지배구조는 한진칼-대한항공-한진해운으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지분 33.23%를 보유하고 있다. ann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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