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 = 유성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서 경영 전면에 나서며 '이재용 시대'를 열었다.
매년 연말 삼성그룹 인사시기에 가장 큰 화두가 이 부회장의 등기임원 등재여부였을 정도로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그가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로 인한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오너로서 책임감을 보여주기 위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건희 회장이 2년 넘게 병상에 있는 탓에 이 부회장으로서도 승계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이 부회장은 실적과 사업재편 등에서 확실한 성과를 보이며 자신감도 붙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위해 다음달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임시주총에서 안건이 결의되는 대로 그날부터 삼성전자 등기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등기이사가 되면 민형사상으로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5억 원 이상의 급여를 받을 경우 매 분기 보고서상 연봉도 공개된다.
이 부회장의 연봉은 삼성전자 4분기 보고서부터 공개될 것으로 보이며 규모는 권오현 부회장보다는 적고 신종균·윤부근 사장보다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사회가 등기이사 등재를 권유했고 이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2008년 S-LCD 등기이사를 사임한 후 8년 만의 재 등재다. S-LCD는 삼성전자와 소니가 합작한 법인으로 이후 청산됐다.
등기이사 선임 후 이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고객책임자로서 경영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았으며 이건희 회장 와병 2년여 동안 실적반등, 사업재편 등에서 성과를 내며 경영자로서 역량을 충분히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 회장이 쓰러진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삼성물산과 재일모직을 합병시키고 사업의 틀도 산업과 금융부문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양대축으로 재편했다.
변화에 빠르게 대처 가능한 조직 슬림화를 위해 2014년 74개였던 계열사 수는 2년 만에 59개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정밀화학 등 화학 방산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매각 했다. 실적이 나쁜 회사들도 아니었다. 한화는 빅딜 이후 관련 계열사 해외매출이 120% 증가했다.
여기에 갤럭시S7의 흥행에 성공하면서 올 2분기 2014년 1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영업이익 8조 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6월에는 삼성의 1인자가 맡아온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등기임원 등재 결정과 연관선상에 있는 행보다.
스마트싱스와 루프페이 등 다양한 벤처기업을 인수하며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강화했다.
올 들어서는 삼성에 컬처 혁신으로 자신의 색을 더욱 짙게 입혔다. 컬처 혁신은 이 부회장이 직원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기업문화 바꾸기 전략이다. 여름철 근무 복장으로 반바지가 허용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7개이던 기존 직급도 4단계로 줄였다. 수원시 영통구 삼성로 삼성전자 삼성디지털시티 수원사업장 센트럴 파크에서는 반바지 차림의 삼성 직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에는 삼성전자 프린팅 솔루션 사업 부문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미국 휴렛패커드(HPI)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규모는 10억5000만 달러(한화 약 1조1160억 원)다.
한편 이 부회장의 등기임원 등재 소식에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치솟고 있다. 갤럭시노트7 영향으로 8월 중순 169만 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12일 146만5000원까지 떨어졌으나 이날 오전 153만5000원(9시50분 기준)으로 4.8% 가량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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