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외에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에 출석해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대통령은 작년 7월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열어 “한류를 확산하는 취지에서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일부 그룹 총수들과 비공개 개별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과 13일 이틀간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주요 그룹 총수를 불러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 조사를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14일 오후 검찰에 나와 이날 오전 2시께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이 수사기관에 출석한 건 2008년 2월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소환된 이후 8년 만이다.
조사를 마친 이 부회장은 지하주차장에 준비된 검은색 카니발을 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특검 당시 14시간가량 조사받았던 이 부회장은 취재진에게 “아는 대로 성실하게 답변했다”고 짧게 말하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별도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
수사본부는 이 부회장을 상대로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이 이뤄진 경위와 당시 대화 내용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기업 중 가장 많은 204억 원을 내는 데 당시 면담의 영향이 있었는지 등 출연 배경도 조사 대상이었다.
아울러 검찰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이 최 씨와 딸 정유라(20)씨가 실소유주인 독일 비덱스포츠에 35억 원가량을 송금한 경위도 조사했다.
삼성은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추천을 통해 비덱스포츠의 전신인 코레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명마(名馬) 구매 및 관리, 말 이동 특수차량 대여, 현지 대회 참가 지원 등 비용을 댔다. 이 돈은 사실상 정씨에게만 지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은 훈련비 지원 외에 모나미를 통해 정 씨를 위해 승마장을 샀다는 의혹도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날 오전 1시 30분께까지 조사를 받은 뒤 지하주차장에 준비된 차를 타고 귀가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수감 중이어서 개별 면담은 하지 않았으나 검찰은 SK가 두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과정에서 최종 결정권자였다고 보고 최 회장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SK는 111억 원, LG는 78억 원, CJ는 13억 원을 각각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부했다. 비공개 면담에 참석한 김창근 SK 수펙스 의장도 앞서 검찰에 나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2일 오후 2시께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정 회장은 2006년 4월 10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대검찰청에 소환된 이후 10년 만의 검찰 출석이다.
검찰은 지난 8일 현대차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박 모 부사장을 소환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내용을 캐묻기도 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토요일 출석해 13일 밤 11시께 집으로 돌아갔다. LG그룹 총수 중 검찰에 출석한 오너는 구 회장이 처음이다. 2003년 불법대선자금 수사 당시 구 회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소환 조사받지는 않았다.
구 회장은 LG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서 78억 원의 돈을 내놓은 정황과 박 대통령의 면담의 연관성 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조양호 한진 회장은 13일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조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지난 5월 평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기 전후 일어난 각종 상황의 사실관계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최 씨와 연관된 평창동계올림픽 이권 사업을 거부해 위원장 자리에서 밀려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지난 주말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박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을 하지는 않았지만 차은택 씨 등의 옛 포스코 광고 계열사 포레카 지분 강탈에 협력한 혐의와 관련해 11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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