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안신혜 기자] 하루 달걀 사용량 100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달걀 수급에 비상이 걸린 제빵 업계의 상황이 심각하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은 최대 성수기 연말을 악몽으로 보내고 있는데, 새해가 밝아도 '달걀 대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상 최악의 AI 확산으로 살처분된 가금류는 이미 2400만 마리가 넘어섰다. 달걀 수급이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치는 국내 제빵업체들은 크리스마스 등 연말 성수기에 일부 생산품목 생산을 중단하는 등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많은 수의 산란계와 종계가 살처분됐고 다시 산란기 닭이 될 때까지의 기간까지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달걀 수급은 정상화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3400여 개 가맹점을 보유한 파리바게트의 경우 하루 평균 60~70톤, 최대 80톤 가량의 달걀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1,2위 제빵업체만해도 하루 100톤 가까이 달걀을 소비하는 것이다. AI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 달걀 수급량은 30~40% 가량 떨어졌다.
AI 여파로 전국 달걀 공급 농장 21곳 중 9곳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방역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그 마저도 매일 수급량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경북과 제주 지역을 제외한 전국 농가로 AI가 확산돼 제빵업계 어느 곳 하나 위기가 아닌 곳이 없다.
뚜레쥬르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전국 1300여 개 가맹점이 하루 평균 20톤 가량의 달걀을 사용해야 하지만 역시 달걀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CJ푸드빌 관계자에 따르면 매일 달걀 수급을 최대한 안정시키기 위해 달걀 조달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23일 전 영업점에서 카스테라, 머핀 등 달걀 사용량이 많은 19개 품목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카스테라의 경우 잘 부풀어 오르는 것이 중요해 신선한 달걀 노른자가 많이 필요한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이에 ‘생산효율성’을 고려, 소량 생산돼 전국 가맹점에 나가는 품목의 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케이크 판매량이 크게 오르는 크리스마스의 경우는 각 가맹점에 공급하는 케이크 시트는 대다수 미리 생산해둔 후였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피해갈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달걀 대란으로 인해 빵 가격이 인상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우려도 있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달걀 수요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가공품 등 업체가 달걀 수급 문제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움직임이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제빵업계 관계자들은 제품의 가격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는 달걀 수급 안정화를 통한 제품 생산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가격 인상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의 경우는 AI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19일 이미 제품가격을 평균 6.6% 인상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중품 특란 기준 달걀 한 판(30알)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715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5562원) 대비 30% 올랐고, 지난달(5409원)보다는 33%까지 치솟았다.
달걀 공급 파동이 계속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28일부터 AI발생 농가 반경 3km인 보호지역에서 산란계 농장의 식용 달걀 반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방역에 문제가 없는 곳에 한해 제한적으로 식용 달걀이 시중에 풀릴 예정이어서 AI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달걀 수급이 안정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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