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주)한진 사외이사 가운데 유독 눈길이 가는 인물이 있다. 올해로 이 회사 사외이사를 19년째 맡고 있는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이다. 이사회 활동은 어땠을까. 파악 가능한 2001년 이후 이사회 참석률을 분석해보니 46%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일각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회 구성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고교 동창인 허 사외이사를 장기근속 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한다. 한진 측은 철저하게 독립성과 전문성에 기반해 사외이사를 선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3일 데이터뉴스 인맥연구소 리더스네트워크에 따르면,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은 1999년 3월10일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무보수로 (주)한진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국내에 사외이사제도는 대주주의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고 기업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1998년 도입됐다. (주)한진은 제도 도입 이듬해 그룹 총수와 학연으로 얽인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셈이다. 허 사외이사는 처음 선임된 이후 3년 임기로 5차례 연임해 왔으며, 오는 3월20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을 결정하게 된다.
업계에선 허 사외이사가 조 회장과 경복고 42회 동창인데다 무보수로 장기근속하고 있어 대주주 전횡 견제 및 감시라는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 회장이 이사회 구성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고교 동창을 사외이사에 앉혔다는 것이다.
특히 허 사외이사는 이사회 평균 출석률이 45.7%에 그친다. 금융감독원의 공식 보고가 시작된 2001년 이후 (주)한진은 지난해 9월까지 300회의 이사회를 열었고, 허 사외이사는 이중 137회로 참석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01년 이후 16년 동안 출석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해가 6번이나 됐다. 2001년의 경우 이사회가 36번 열렸는데, 허 사외이사는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듬해 재선임 됐다. 2002년과 2006년에도 1번씩 참석해 출석률이 4%대롤 기록했다. 현행법상 사외이사 출석률과 관련한 규정은 없다.
반대표는 단 한 표도 행사하지 않았다.
종합물류기업인 (주)한진은 지주사인 한진칼(21.63%)과 조양호 회장(6.87%),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조현아 전 부사장·조현민 전무(각 0.03%) 등이 34.59% 지분을 보유했다. 법정관리 후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을 인수했을 만큼 그룹 내에서 존재감이 높은 기업이다.
이에 대해 (주)한진 관계자는 “허 사외이사의 무보수는 본인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독립성 강화에 유효하다 판단해 수용한 것”이라며 “이사회 출석은 불가피한 일정으로 일부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외이사 선임을 철저하게 독립성과 전문성에 기반해 선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사외이사는 한일시멘트와 한일건설 등 제조·건설업 경영을 오랜 기간 해왔다. 2011년 한일건설 대표 재직 당시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음에도 회사의 법정관리 신청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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