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삼성전자가 사상최대 현금배당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가배당률은 오히려 전년 대비 하락했다. 주주환원 정책을 위한 9조 원 이상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역시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 효과가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6년 기말 현금배당으로 주당 2만7500원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유통주식수는 1억3998만여 주로 배당총액은 약 3조8500억 원에 이른다. 상반기 주당 1000원(배당총액 1415억 원)의 배당을 더할 경우 삼성전자의 지난해 배당총액은 3조9910억 원으로 약 4조 원이 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말 발표한 주주가치제고방안에서 언급한 4조 원 배당에 부합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시가배당률은 1.53%로 전년 1.56%보다 소폭이지만 감소했다.
주당배당이 2만 원에서 올랐지만, 주가가 2015년 종가 126만 원에서 2016년 말 180만2000원으로 43% 증가했기 때문이다. 주당배당금은 37.5% 늘었다.
시가배당률은 배당금이 배당기준일 주가의 몇 %인가를 나타낸 것으로, 투자 수익률을 보여주는 지표로 사용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배당이 주주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시가배당률은 100대 상장사 평균인 1.6%(2015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3번째 규모의 30조900억 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전년 대비 20% 늘어난 22조73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88조2314억 원으로 전년 71조5360억 원보다 무려 16조 원이나 늘었다.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도 58조6600억 원에서 1년 만에 72조9500억 원으로 14조 원 이상 증가했다.
1년 만에 늘어난 현금만 재계 20위 금호아시아나그룹(14조4700억 원)과 21위 현대백화점그룹(13조5000억 원)의 자산 총액과 맞먹는 수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보유한 현금은 재계 6위 포스코(76조9400억 원)보다 10조 원 이상 많다. 재계 5위 롯데그룹(108조8900억 원)과도 20조 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현금배당과 함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실시했다고 밝힌 9조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도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더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오너 일가는 극히 소량의 지분으로 자산 총액 300조 원에 달하는 거대 회사를 지배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며 “자사주 소각은 지분 상승효과 뿐 아니라, 추후 삼성전자 분할,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3.54%)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0.77%), 이재용 부회장(0.60%) 등 오너 일가는 삼성전자 지분 4.91% 보유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삼성그룹 전체 주식가치 중 오너 일가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7.2%였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30% 이상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 시점에서 비율은 더욱 낮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가가 오르게 되면 향후 삼성SDS를 합병하는 등 이 부회장 경영승계를 위한 과정에서 소액주주 반대 우려도 낮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부터는 분기별 배당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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