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9시 25분께 강남구 대치동 D 빌딩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실히, 성심껏 말씀드리겠다”고 말한 뒤 특검 사무실로 향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2일 첫 소환 조사를 받았으며, 같은 달 19일에는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귀가했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수백억 원대 뇌물공여 혐의를 보강 수사했고,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이르면 오는 15일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같은 혐의로 대기업 그룹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청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매출 300조 원, 글로벌 브랜드 가치 7위의 삼성은 이 부회장 특검 조사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에 있다. 2008년 이건희 회장이 비자금 관련 혐의로 특검에 기소됐을 때보다 더 큰 경영 위기에 닥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이 부회장은 ‘삼성 순환출자 문제에 관한 청탁 사실’, ‘공정거래위원회 로비 의혹’,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도 최 씨 지원 여부’ 등 여러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특검은 삼성물산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7월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찬성한 댓가로 삼성 측이 최 씨와 정유라 씨 모녀를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8월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옛 코레스포츠)와 213억 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실제로 지급했다.
이와 관련 특검은 지난 12일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인 장충기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또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낸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과 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도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는다.
특검은 최 차관을 상대로 2015년 말 공정위가 삼성의 순환출자 이슈와 관련해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처분 규모를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이기로 한 과정에 청와대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삼성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순실에 대해 추가 우회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으며 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승마 지원에 대한 언급 외에 최순실, 정유라 등 특정인을 거론해 지원 요청한 사실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물산과 제임로직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도 어떠한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양사 합병은 순환출자가 단순화되는 것으로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이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 추진을 위해 관련 부처에 로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 해 초 금융위와 금융지주회사 추진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질의한 적은 있으나 금융위가 부정적 반응이어서 이를 철회했다”며 “금융지주회사는 중간금융지주회사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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