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LG전자 MC사업본부장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일정 궤도에 올리는 성과를 냈던 박종석 사장이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로서 힘겨운 첫해를 보냈다. 박 사장에게 LG이노텍은 CEO로서 첫 회사다.
LG이노텍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뒷걸음질 쳤고, 지급여력과 부채비율은 악화됐다. 수익성 감소로 단기차입금 상환 여력도 떨어졌다. 올해 도래하는 만기 사채 규모는 보유 현금의 120% 수준으로 커졌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지난해 매출이 6.2% 줄고, 영업이익은 53.1% 급감했다. 전장부품(7.9%)을 제외한 광학솔루션(-5%), 기판소재(-21.5%), LED(-11.5%) 등 대부분의 사업군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또 매출 감소폭은 경쟁사인 삼성전기(-2.3%)보다 컸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폰 G5와 V20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재고조정으로 전략고객사 매출도 타격을 입었다.
영업이익 반토막에 따라 LG이노텍의 지급여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도 2015년 말 138.1%에서 지난해 말 120.2%로 나빠졌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22%에서 143%로 악화됐다.
현금성자산 역시 3600억 원에서 3410억 원으로 줄었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사채는 4270억 원으로 보유 현금의 120% 수준으로 커졌다. 지난해 말에는 거의 비슷했다.
경쟁업체인 삼성전기(사장 이윤태)와 비교하면 LG이노텍의 체력은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진다. 삼성전기가 보유한 현금은 1조600억 원으로 LG이노텍보다 3배가량 많다. 올해 갚아야 할 돈도 8400억 원 수준으로 여력이 있다.
통상 기업은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신규 발행으로 차환하거나, 현금 등 유보금으로 상환한다. 현금 보유고가 낮아지고, 실적이 좋지 못할 경우 상환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게 된다. LG이노텍 측은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LG이노텍은 올초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실시한 사전 청약에서 모집금액의 4배가 넘는 매수 주문을 받았다. 당장은 문제없더라도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 하락과 재무건전성 문제는 언제든지 부상할 수 있다.
취임 2년차에 접어든 박종석 사장이 올해 수익성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LG이노텍은 청주와 오산 공장으로 이원화된 HDI 사업공장을 일원화하고, 소형 부문 터치윈도우 생산을 중단하는 등 일부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사실 카메라모듈 등을 스마트폰에 납품하는 사업 특성상 LG이노텍과 삼성전기 등은 외부요인에 의해 실적이 휘둘릴 여지가 크다. 박 사장은 역시 취임 첫해 협력사 CEO로서 한계를 맛본 셈이다. LG이노텍은 LG전자와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은 중화권 매출 비중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중국 시장은 구본준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이 힘주는 곳이다. 현재 LG이노텍의 중화권 매출 비중은 약 5%로 삼성전기(20%) 대비 턱없이 낮은데 올해 두 자릿수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실적 전망이 좋은 것은 박 사장에게 위안거리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듀얼 카메라가 강력한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어, LG이노텍이 올해 깜짝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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