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관장은 지난달 17일 장남인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참담한 심정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는 뜻을 주위에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두 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은 “홍 관장의 사퇴 배경과 관련해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후임은 미정이다.
이와 관련 미술계 안팎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3년째 와병 중인 가운데, 이 부회장까지 수감된 상황에서 대외적인 활동이 많은 관장직을 더 이상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 관장은 아직 이 부회장을 면회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그간 특검팀에 수시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소환 조사가 없는 날에는 주로 경영진을 면회하며 시급한 경영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관장은 이 회장의 아내이자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수년간 영향력 1위를 지킨 ‘큰 손’이다.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장녀로 1967년 이건희 회장과 결혼해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을 자녀로 뒀다.
경기여고,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시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경기도 용인에 세운 호암미술관 관장직에 1995년 1월 취임했다.
2004년 10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근현대미술과 고미술을 아우르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개관하면서 두 미술관의 관장을 맡았다.
홍 관장은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의 미술품 수집파워와 최신 미술계 트렌드를 이끄는 기획전시, 재력과 인맥, 미술품을 보는 안목 등을 바탕으로 한국미술계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유지했다. 실제 홍 관장이 관심을 보인 작품의 가격이 급등하고 화랑가에서도 유행되곤 했다. 홍관장은 미술잡지 아트프라이스 등이 선정하는 ‘한국미술계를 움직이는 대표적 인물’ 설문조사에서 2005년 이후 단골 1위를 차지했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사태 여파로 리움 및 호암미술관 관장직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직에서 사퇴했다가 3년 만인 2011년 3월 복귀했다. 당시 홍 관장은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 폭로로 출범한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비자금을 이용해 수백억 원대 고가 미술품을 구입한 의혹을 조사받았다.
홍 관장이 복귀 6년 만에 사퇴하면서 리움 미술관은 후임이 확정되기 전까지 당분간 홍 관장의 동생인 홍라영 총괄부관장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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