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기아차는 공식적으로 근로자 건강, 장시간 근로 해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여파 생산량 조정 등을 잔업 중단 배경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기아차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법원 1심 선고의 영향이 근무 체계 변경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말의 통상임금 1심 판결에 따라 장부상 약 1조 원에 이르는 손실 충당금을 쌓으면, 기아차는 3분기 영업이익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 늘어나면서 사측으로서는 부담을 그나마 줄이려면 아예 수당이 지급되는 작업 자체를 축소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2013년 기존 ‘10+10시간 주야 2교대’의 심야 근로를 크게 줄여 ‘8+9시간 주간 연속 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바꿨다. 2017년부터는 30분 잔업을 포함한 ‘8+8시간 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없어지는 잔업시간은 1조 10분, 2조 20분 등 모두 30분이다. 이에 따라 근무시간은 광주공장 기준으로 기존 ▲ 1조 오전 7시~오후 3시30분, 2조 오후 3시50분~밤 0시 50분)에서 ▲ 1조 오전 7시~오후 3시40분, 2조 오후 3시50분~밤 0시30분으로 바뀐다.
2조가 일을 마치는 시각이 밤 12시 50분에서 12시 30분으로 조정되면서 심야 근로시간이 20분 단축되는 셈이다.
기아차는 이번 근무체계 변화가 정부 정책에도 부응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장시간 근로 해소는 세계적 추세로, 현 정부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의 균형 발전’을 선정했다. 2017년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확립한 뒤 2022년까지 연 1800시간대로 근로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판매 부진에 따른 기아차의 재고 증가도 잔업 중단 결정의 한 요인이 됐다. 지난 3월 이후 시작된 사드 여파와 치열한 경쟁 등이 겹쳐 재고가 늘었고, 재고를 줄이려면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아차는 구조적으로 잔업과 특근을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업무 분야의 경우 신규인원 채용이나 교대제 개편, 직무 자체 개선 등을 통해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도장 공장 배합실, 소방안전, 폐수처리, 안전순찰 등 관련 필수근무자, 감시감독 근무자, 일부 생산 특근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공정 근로자의 업무에 대해서는 신규 채용, 직무 개선, 순환근무제 도입 등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sy@datanews.co.kr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