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규 칼럼] “북경은 본래 조선이다”

오창규 데이터뉴스 대표

“북해지우유국 명왈조선(北海之隅有國 名曰朝鮮)” 북해의 모퉁이에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을 조선이라 한다. 산해경(山海經)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산해경은 서한시대에 유향(劉向)이 황실 도서를 정리하다 발견한 책이다. 산해경은 4000년 전에 하우(夏禹)시대 백익(伯益)에 의해 쓰여진 알려진 고서중의 고서다. 특히 이 책에는 당시에 통용되지 않는 상고시대의 상형문자로 기록돼 있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북경에서 북쪽으로 고북구를 가는 중간에 조선하(朝鮮河)가 있다. (송나라 때 국가에서 편찬한 무경총요(武經總要) 기록). 

지금은 중국지도상에서 조선하(朝鮮河)라는 지명이 사라지고 없지만 고북구라는 지명은 여전히 확인가능하다. 조선하의 지명도 잘 살펴보면 조하(朝河)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하북도 노룡현에 폐허가 된 조선성이 남이 있는데 이곳이 은나라의 왕자 기자가 망명을 해왔던 조선이다” (송나라 때 낙사라는 역사학자가 쓴 태평환우기(太平寰宇記) 기록)

송나라 때 하북도 노룡현은 지금의 하북성 진황도시 노룡현이다. 중국 공산당 간부들의 휴양지다. 모택동이 여름에 수영을 즐겼던 북대하가 가까운 곳이다. 

“조선건국 고죽위군(朝鮮建國 孤竹爲君)”

1500년 전 남북조시대 최고의 문장가였던 유신이 쓴 모용은의 비문대목이다. 선비족은 삼국시대 오늘날 하북성 일대에 건국한 나라다. 이전에 최초로 고조선이 이곳에 나라를 건국했고, 뒤이어 백이, 숙제의 나라 고죽국이 건국된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처럼 4000년 전 산해경, 1500년 전의 모용은 묘비, 1000년 전의 무경총요와 태평환우기는 조선의 위치를 확실하게 입증해고 있다. 우리 한민족이 나라를 세워 터전을 잡고 살았던 곳은 바로 북경주변이었던 것이다. 

지난달 26일 국회 제1소회의실에서 이뤄진 한뿌리사랑 세계모임(대표 김탁) 초청, 심백강 선생의 강연은  충격과 분노 그 자체였다. 그는 이 같은 역사자료를 근거로 지금 북경은 한족정권이 잠시 임차한 세입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물론 중국을 마지막 통일 왕조 청나라도 신라의 왕족 김함보의 후손이 세운 나라라는 사실도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시진핑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하는 것은 북경에 나라를 건국한 원주인의 노고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한다. 

시진핑의 이러한 역사왜곡발언도 이해가 간다고 했다. 지금 중국학자들이 중국고문을 못 읽는 백화문(白話文)세대이고, 번체자(繁體字)를 모르고 간체자(簡體字)세대라는 것이다. 동북공정은 이러한 무지 속에 나온 ‘건설공사’라는 것이다. 그는 “한문의 원문인 번체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중국과 일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은 문화대혁명기 홍위병의 무자비한 전통문화 파괴의 과정을 거치면서 학자들의 고전연구는 수십년 동안 중단되었다. 거기에 백화문이 어려운 고문을 밀어냈고, 모택동의 간체자가 번체자를 대체했다. 현재 중국의 중견 역사학자들 대부분은 홍위병에 의해 문화혁명기 문화파괴를 경험한 세대들이다. 고전원문에 까막눈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동북공정을 그렇게 까지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중국의 25사가 하나같이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는 한족과 다른 민족인 동이족의 역사로 기록하고 있다. 25사를 모두 불태워 없애버리지 않는 수조원을 들인 동북공정 200여권의 저서와 3000여편의 논문은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 공자의 ‘춘추’, 좌구명의 ‘좌전’, ‘전국책’, 사마천의 ‘사기’, 진수의 ‘삼국지’, 반고의 ‘한서’, 범엽의 ‘후한서’, 그리고 ‘구당서’, ‘신당서’, ‘송사’, ‘명사’ 등 역사책을 모두 불태우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중국=믿을 수 없는 나라’만 되고 말 것이다. 중국은 과거부터 특유의 존화양이(尊華攘夷)와 춘추필법(春秋筆法)으로 역사를 기록했다. 중국고서에 있는 동이족의 역사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최근 역사교과서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수립시기’와 ‘민주주의’ 표현 등 지엽적인 문제를 놓고 갈등이다. 논란의 뿌리는 깊다. 

일제 제2대 총독 사이토 마코토는 3·1 독립운동 이후 ‘문화통치’를 내세우며 한국인을 반(半)일본인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조선인 교육시책’이 그것이다. 

“첫째, 조선인들이 자신의 역사·전통을 알지 못하게 해 민족혼과 민족문화를 상실케 만든다. 둘째, 그들의 선조와 선인들의 무위·무능과 악행·폐풍 등을 들춰내고 과장해 그 후손들에게 가르침으로써 자신들의 조상을 경멸하는 감정을 갖게 한다. 셋째, 그런 후에 일본의 사적·인물·문화를 소개한다.”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과 박영효가 공동고문, 그리고 일제의 이마니시 류(今西龍)와 이병도가 공동위원이 되어 조작한 역사를 ‘신주단지’가 돼서는 곤란하다. 또 그들의 수제자들이 학계의 주도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일본 황실도서관인 쇼로부(書陵部)에는 26만권의 한국고서가 쌓아있다고 한다. 러시아 미국 등 각 도서관에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복사라도 해와야 한다. 이게 바로 진정한 적폐청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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