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우창균 신세계L&B·제주소주 대표. 주요 그룹 연말 정기인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LG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외부에서 영입한 두 사람이 특히 관심을 받고 있다.
임원 대부분이 그룹 내 인물로 채워진 상황에서 외부 수혈돼 중책을 맡은 두 사람은 그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능력을 증명한 전문가다. 따라서 CEO를 맡은 해당 계열사는 물론 그룹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보가 주목된다.
LG화학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내정한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은 한국3M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본사 수석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84년 3M 한국지사에 입사해 3M 필리핀 지사장,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 산업용비즈니스 총괄 수석부사장을 거쳐 해외사업부문(미국 제외) 총괄 수석부회장과 글로벌 R&D/전략 및 사업개발/SCM/IT 총괄 수석부회장을 역임했다.
LG화학이 CEO를 외부 영입한 것은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LG화학이 주력분야인 석유화학과 직접 연관성이 적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를 영입한 것은 기존 주력사업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LG화학은 전통적인 석유화학에서 신소재,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등 첨단 소재·부품과 바이오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전자소재 등 신사업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실적 기준으로 기초소재 부문에서 1조889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전지 및 정보전자소재 부문은 936억 원에 그쳤다.
신 부회장은 새로운 시각에서 신사업을 발굴하고 사업화하는 통찰력과 혁신성이 차별화된 장점으로 평가된다.
그가 34년간 일한 3M은 대표적인 혁신기업이다. 1902년 광산업으로 출발했지만, 스카치테이프, 포스트잇 등 세계적인 혁신제품을 만들어냈다.
신 부회장은 3M에서 사무용품, 연마재, 산업용접착제, 전자소재 등 다양한 부문 사업부를 맡았고, 수석부회장으로 해외사업, 연구개발, 전략, 사업개발, 공급망관리(SCM), IT를 총괄했다. 그는 또 그동안 강연 등 여러 자리에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신 부회장은 취임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경량화 신소재, 정보전자소재 등 첨단 소재·부품사업을 다각화하고 연관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글로벌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LG화학의 캐시카우인 석유화학 부문의 해외 비즈니스 확대에도 힘을 쓸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전략이 신 부회장 본인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LG그룹이 신 부회장을 영입한 이유와도 부합된다.
신세계그룹이 최근 그룹인사에서 유일하게 영입한 CEO인 우창균 신세계L&B·제주소주 대표이사도 관심의 대상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의욕을 갖고 추진해온 주류사업의 방향이 우창균 대표의 사업성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 대표는 손꼽히는 주류사업 전문가다. 1984년 동양맥주에 입사한 뒤 30년 이상 주류 사업에 몸담았다. 그동안 두산과 롯데에서 ‘처음처럼’, ‘클라우드’, ‘순하리’ 등의 마케팅과 영업을 맡아 여러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신세계그룹은 2008년 와인, 수제 맥주 등을 수입, 판매하는 주류유통기업 신세계L&B를 만들어 주류사업에 진출했다. 2016년에는 제주도 소주기업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당시 이마트는 제주소주 지분을 사는데 189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의 주류사업은 아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정용진 부회장에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신세계L&B는 지난해 664억9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4억9600만 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26.1% 감소한 수치다.
특히 제주소주는 지난해 신제품 소주 ‘푸른밤’을 내놓았지만, 매출 11억8200만 원, 영업손실 59억5800만 원, 당기순손실 64억9100만 원을 기록했다. 사업 초기임을 감안해도 실적이 좋지 않다. 현재 푸른밤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다.
신세계가 이 같은 상황에서 우 대표를 영입한 것은 주류사업에 더 힘을 쏟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세계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주류사업이 좀 더 쉽게 자리 잡을 기반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오비맥주 인수 추진설이 나오기도 했다. 신세계가 조회공시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향후 마음먹기에 따라 주류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은 열려있다.
다만, 당분간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인수합병보다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경험 축적에 집중하고, 사업성과에 따라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주류사업 비중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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