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오창규 기자] "문학 수업 때였어요. 한 여학생이 미국 사회에 대해 아주 신랄한 비판을 하더라고요.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서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다는 게 매우 어려운 사회라는 거예요. 열심히 발버둥을 쳐보았자 기득권의 벽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맞는 말이더라고요. 미국에서는 일정한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여학생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기득권의 지배를 받지 않고, 경쟁이 덜한 곳에서 사업으로 꿈을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카리브해의 전력왕,최상민)
박 사장은 먹고살 방법을 고민하던 중 몽골에서 보낸 지난 4년 세월을 되돌아보았다. 문득 울란바토르 주재 대만문화센터 개보수 공사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대만문화센터 공사 중 가장 큰일은 승강기 교체 작업이었다. (…) 과연 초원의 나라 몽골에서 승강기 사업이 가능할까. 인구 300만도 안 되는 작은 나라에서 승강기를 몇 대나 팔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승강기 사업 구상을 몇 번이고 썼다가 지웠다(나의 몽골리안 드림,박호선)
“시식행사에서 고추장으로 버무린 닭강정을 먹어본 브라질 사람들이 고추장을 찾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 고추장이 매콤달콤하고, 아주 개운하면서도 깊은 맛을 지니고 있잖아요. 맵고 단 것을 좋아하는 브라질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맛을 발견한 거지요.”(남미의 K-푸드 전도사,하윤상 강승은 부부)
“시장은 돈이 흐르는 강입니다. 돈을 벌려면 시장으로 와야 합니다. 제가 빵장사를 집어치운 뒤 저에게 큰돈을 만질 수 있게 해준 곳이 바로 시장입니다. 미국에서 잠시 자동차 정비공장을 하다가 홀라당 들어먹은 뒤 돌아와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곳이 바로 이곳 마두르곤과 산안드레시토 시장입니다.”(오토바이맨의 보고타 찬가,노철수)
“완생이요? 실제 삶에서는 이건 미생이고, 저건 완생이라고 딱 갈라서 규정지을 수 없을 거 같아요. 우리 인생이 바둑보다도 더 변화무쌍하잖아요. 다만 부득탐승은 우리 삶에서도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말입니다. 너무 욕심내면 대개 일을 그르치게 되더라고요. 베트남에서의 삶을 누리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건축 사업을 키우는 일이 재미있어요. 아이들에게 바둑도 가르치고, 아내랑 자전거도 타고 이것저것 즐기고 있어요.”(하노이의 꿈, 한치옥 장은숙 부부)
“처음 팔라우로 들어오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가다랑어 채낚기 어선을 끌고 들어오는데 내가 용궁으로 들어서는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숱하게 많은 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팔라우처럼 아름다운 곳이 없었어요. 그때 마음속으로 언젠가 반드시 이곳에 내 왕국을 건설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었습니다.”(남태평양 지상낙원에서 이룬 꿈, 하순섭)
인도는 하루도 똑같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적이 없다. 이런 인도의 다채로움 속에서 예술적 자양분을 흠뻑 취하면서 살고 있다. 3개 국어를 사용하는 가족과의 대화와 매끼마다 달라지는 다국적 식단도 그를 ‘건강한 경계인’으로 깨어 있게 하는 요인들이다. 휴가 때마다 아내 나탈리와 두 아들 미노, 지노와 함께 친가가 있는 한국과 처가의 나라인 스위스를 오가면서 행복한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삶을 누리고 있다(인도라는 거대한 노천박물관에서, 김창현)
지구촌 전체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무려 75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가 넘는 수치다. 전 세계에서 한국인이 진출한 국가는 175개국으로, ‘디아스포라’ 하면 떠오르는 유대인이나 중국인보다 더 많은 나라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다. 디아스포라는 타국에서 일을 찾아 그곳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에서 발전소를 운영하는 사람, 몽골의 웬만한 고층빌딩에 모두 자기 회사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사업가, 멕시코에서 초대형 트레일러와 바지선으로 특수화물을 운송하는 기업인, 브라질에서 향기 마케팅 사업을 하는 장사꾼, 우리나라 식품과 화장품을 현지인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K-푸드, K-뷰티 전도사. 이들은 모두 낯선 이국땅에서 빈손으로 시작하여 지금과 같은 부와 성공을 일군 한국인이다. 일찍이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고’라는 명언을 남겼다. 바로 이들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인들은 놀라운 개척정신과 끈질긴 생명으로 단단하게 뿌리내리며 성공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 네트워크는 세계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은 청년들과 새로운 기회를 찾아 ‘제2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중장년층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부의 지평을 넓힌 사람들’ 책에서는 남미와 아시아에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열두 명의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만난다. 그들의 일과 사랑, 도전과 성취를 지구촌 순례기자 박상주 작가가 생생한 눈으로 기록을 담았다.
고등학생 시절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이민을 간 최상민 사장은 미래가 보장된 미국 명문대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어느 순간 걷어차고 만다. 그때 마음속으로 ‘월스트리트의 직장인이 되기보다 도미니카 시장바닥에서 사업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그는 현재 카리브해 연안국에서 5개의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티 대지진 당시 암흑천지로 변해버린 아이티로 들어가 전력복구에 앞장서기도 했던 그가 발전기 부품회사로 시작해 에스파뇰라 섬의 전기공급을 책임지는 전력 사업가로 발돋움하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비롯한 주요도시의 승강기 3천 대 중 절반 이상인 1500여 대의 승강기를 설치한 한국인도 있다. 한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이민을 준비하던 박호선 사장이다. 몽골에 잠시 인테리어 사업을 하러 갔던 그는 단번에 미국 이민을 포기하고 몽골행을 택한다. 초원의 나라 몽골에서 엘리베이터 사업을 결심한 그의 특별한 도전기를 취재했다.
태국과 한국을 오가며 전자제조업과 골프장 운영, 막걸리 유통 사업을 하고 있는 백인준 사장은 과거 록그룹 보컬이라는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항공대 항공운항과에 재학 중이던 그가 비행기 조종사의 길을 버리고 록그룹 ‘활주로’의 보컬로, 평범한 직장인으로, 그리고 성공적인 글로벌 사업가로 변신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설악산 산골소년이었던 홍금표 사장은 멕시코의 3대 특수화물 물류기업을 이끌며 중남미의 험준한 산맥을 넘고 바다를 건너며 자신만의 마이웨이를 그려나가고 있다. 스페인어 전공이라는 단 하나의 무기만을 가지고 이국땅으로 건너가 그 나라의 산업 인프라를 바꾸는 굵직굵직한 사업에서 대형화물 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홍금표 사장. 대형 트레일러 3대를 이용해 발전설비를 이동시키는 1580킬로미터 물류 대장정을 함께 따라가 본다.
이 외에도 원양어선 선장으로 세계의 바다를 누비다가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에 정착해서 23개 사업을 일구며 그 나라의 대통령 경제고문을 두 번씩이나 맡은 하순섭 회장, 베트남 최고층 빌딩 건설의 현장전문가로 활동하고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며 베트남에서의 행복한 삶을 일구고 있는 한치옥 사장, 인도네시아 밀림 벌목현장 담당자로 시작해 의료기기 사업가로 변신한 이호덕 회장, 공무원 철밥통을 걷어차고 향수의 나라 브라질에서 향기 사업을 하고 있는 윤용섭 사장, K-푸드를 널리 알리고 있는 하윤상 사장과 K-뷰티를 전파하며 자신의 유통 브랜드를 차곡차곡 키우고 있는 명세봉 사장, 맨손으로 콜롬비아로 건너가 빵집 운영을 거쳐 오토바이 부품사업에 성공한 노철수 사장, 인도에서 행복한 건축가로 살아가고 있는 김창현 사장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 같은 생생한 기록을 담은 저자는 30년 동안 글쓰기를 직(織)으로, 여행을 업(業)으로 삼아 살았다. 아프가니스탄전쟁 종군 기자로 활약한 것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유혈 시위 현장, 유럽연합(EU) 유로화 출범 과정, 영화 강국들의 스크린쿼터 유지 실태 등을 취재하면서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볐다. ‘직’과 ‘업’이 하나인 삶을 살기 위해 2007년 신문사(문화일보)를 과감하게 나왔다. 이후 ‘지구촌 순례기자’를 자임하며 아프리카와 중동,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주로 세계 오지를 여행하면서 글을 썼다. 문화일보 산업부 기자 시절에는 ‘수출40년사’ 기획취재 팀장으로 1년 반 동안 현장취재를 위해 세계를 몇 바퀴 돌았다. 영화 국제시장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이 대형기획은 2007년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팔아라’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저자는 후에 ‘어쩌다 공무원(어공)’이 되었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비서실장으로 처음 ‘어공’ 생활을 했고, 현재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연설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에게는 아프리카가 있다》(2014년), 《나에게는 중동이 있다》(2014년), 《세상 끝에서 삶을 춤추다》(2009년), 《아름다운 동행》(2008년) 등이 있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다. 도전하고 개척하는 삶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안주할 것인가. 지구촌 순례기자 박상주가 만난 코리안 디아스포라 12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도전하는 삶의 가치’를 전해준다.
[목차]
01. 카리브해의 전력왕 : 최상민 [도미니카공화국]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찾아 | 최고의 전력회사를 목표로 | 8일 안에 발전소 엔진을 살려내겠습니다 |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순발력 | 인맥은 힘이다 | 아이티의 밤을 다시 밝히다 | 막다른 골목에서도 길이 열리는 것이 인생 | 닫힌 사회를 떠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02. 철밥통 내던지고 향수병을 든 남자 : 윤용섭 [브라질]
33개 나이키 매장의 향기 관리를 우리 회사가 맡고 있답니다 | 빌라 호마나의 브랜드 향수 ‘빌라53’ | 향기 마케팅 사업에서 향수 제조업으로 | 모닝 오브 스프링 | 철밥통을 걷어찬 사나이 | 잃어버린 6년과 사업의 첫발 | 브라질의 본바닥으로 뛰어들다 | 당신네 회사 이야기가 대문짝만 하게 실렸어요! | 정글에서 살아남기 | 상파울루 거리 가득히
03. 나의 몽골리안 드림 : 박호선 [몽골]
나는 공중으로 길을 올리는 사람입니다 | 그건 운명이 아니었을까요? | 아메리칸 드림? 몽골리안 드림! | 머릿속에 어른거리던 기회의 땅 | 초원의 나라에서 승강기 사업을? | 세상에 쉬운 길은 없다 | 새로운 출발은 가족과 함께 | 울란바토르 시내가 거대한 공사판이었죠 |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04. 빅 두리안의 속살로 뛰어든 한국인 : 이호덕 [인도네시아]
천상의 과일 두리안을 닮은 나라 | 칼리만탄 섬 밀림 속으로 | 입사 4년 만에 만들어낸 샐러리맨 신화 | 인도네시아의 꿈틀거리는 가능성 | 파사르 파기 새벽시장에서 | 롯데호텔 잠바 군단과 석탑산업훈장 |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이다 | 선택과 집중 | 세상은 도전하는 사고뭉치에게 기회를 열어준다
05. 남미의 K-푸드 전도사 : 하윤상 강승은 부부 [브라질]
브라질 한복판에서 한식 축제를? |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 | 사랑을 찾아 지구 반대편으로 | 봉헤치로 상권을 거머쥔 한국인들 | 오뚜기슈퍼의 탄생 | 그땐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 일본 슈퍼마켓의 안방을 차지한 소주 |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되는 사람들
06. 카오야이의 불꽃 : 백인준 [태국]
별이 총총한 태국의 밤하늘에 | 기회의 신 카이로스 | 김미현 씨도 우리 골프장으로 전지훈련을 왔답니다 | 아유타야의 한국인 | 맥주 세 캔의 결심 | 신용으로 다시 일어서다 | 활주로 멤버들과의 운명적 만남 | 1979 록스타 | 막걸리 예찬론자의 이유 있는 도전
07. 오토바이맨의 보고타 찬가 : 노철수 [콜롬비아]
오토바이 거리에서 만난 신사 | 택시기사가 맺어준 조호 오토바이와의 인연 | 10년 만에 오토바이 부품 시장을 장악하다 | 낯선 땅에 내던져지다 | 역경을 이겨내는 클라이머 | 콜롬비아에 연 한국 빵집 | 이곳 시장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08. 하노이의 꿈 : 한치옥 장은숙 부부 [베트남]
베트남에 부는 건설 한류의 주역 |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 강한 벽에 부딪혔을 때는 과감하게 돌을 포기하라 | 형세가 외로울 때는 싸우지 말고 평화를 취하라 | 상대의 영역에 뛰어들 때는 완급을 조절하라 | 돌 몇 점에 연연하지 말고 선수를 잡아라 | 참학 회장에서 엄이건축비나의 CFO로 | 고층빌딩 현장전문가로 인정받기까지 |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다
09. 중남미에서 찾은 마이 웨이 : 홍금표 [멕시코]
1580km 물류 대장정 | 그쪽 상황 아주 험악하지 않습니까? | 거대한 산맥을 넘어 | 지금도 가끔 외계문명의 흔적을 찾아 떠나보고 싶어요 | 진정한 여행의 시작 | 실체가 있는 비즈니스, 운송사업 외길로 | 보수적인 멕시코 운송시장의 진입장벽을 뚫은 비결 | 불황 속에서도 장비는 사들이고 인력은 줄이지 않았어요 | 조금 멀더라도 넓고 큰 길로
10. 남태평양 지상낙원이 내 삶의 터전이 되었다 : 하순섭 [팔라우]
무지개 뜨는 나라 | 이곳에서 23개 사업을 일궈냈죠 | 신비로운 바다 위에서 들려준 이야기 | 바닷사람으로의 성공적인 데뷔 | 가다랑어 채낚기 어선 개척선장으로 | 팔라우에서 겪은 첫 패배 | 또다시 남태평양으로 | 다시 한번 팔라우에 좌초하다 | 바벨투아프 섬의 배추 농사 | 칠십 중반에도 여전히 도전하고픈 사업이 있답니다
11. 이구아수 폭포에 쏟아지는 K-뷰티 물결 : 명세봉 [파라과이]
현실을 붙잡은 드가처럼 | 쇼핑의 천국 시우다드 델 에스테 | 브랜드 파워를 기르기 위해 | 운명을 바꿀 첫 번째 기회 | 시대를 읽는 사업감각으로 | 화장품 사업과 우보천리의 교훈 | 파란만장 파라과이 이민사 | 열일곱에 벤데부터 시작했어요 | 그저 성실하게 페달을 밟으며
12. 인도라는 거대한 노천박물관에서 : 김창현 [인도]
아시아적 미학을 추구하는 건축가 | 거대한 가능성의 땅을 두드리다 | 또 다른 기회의 문 | 그땐 건축에 미쳐서 살았어요 | 유럽 건축여행 | 그를 인도로 불러들인 한 권의 책 | 온몸으로 새로운 경험을 빨아들이다 | 다시 인도다 | 행복한 코스모폴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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