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오창규 기자] 삼성의 통신장비가 5G시대를 맞아 기사회생하고 있다. 도감청 문제로 미국이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면서 동맹국 역시 줄줄이 화웨이 장비 회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 때문에 움츠렸던 삼성의 통신장비가 이 같은 바람을 타고 다시 부활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은 3일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새해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한 데 이어 첫 현장 경영 행보로 '4차 산업혁명의 전방 기지'를 둘러보면서 이갈이 자신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는 특히 행사 참석 이후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으며, 오후에는 수원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사장단과 간담회를 하면서 사업 전략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가동식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IT모바일(IM) 부문 고동진 대표이사(사장)와 노희찬 경영지원실장(사장),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부사장) 등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수원사업장의 5G 통신장비 생산라인은 불량품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됐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계기로 칩셋, 단말, 장비 등 5G 사업 전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있다.
지난해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 스프린트, AT&T 등의 5G 통신장비 공급 업체로 선정됐고, 러시아 최대 이통사 MTS, 유럽 이통사 오렌지, 일본 KDDI 등과 5G 기술 시연을 진행했다.
삼성전자의 내년 5G 장비 시장 점유율 목표치는 20%다. 칩셋과 단말 측면에서도 5G 표준 멀티모드 모뎀을 작년 개발했고 올해 3월에는 5G를 지원하는 갤럭시S10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차세대 네트워크 트래픽, 서비스 품질 분석 전문 솔루션 기업 지랩스(Zhilabs)를 인수했고, 지난달에는 네트워크사업부장을 김영기 사장에서 전경훈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전 부사장은 차세대 통신 기술 개발을 담당해온 인물로, 5G 시대를 맞아 네트워크 사업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지난 8월에는 업계 최초로 5G 표준 멀티모드 모뎀 개발에 성공하며 '5G 기술 초격차' 확보에도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달 열린 '퀄컴 서밋'에서는 세계 최초의 5G 스마트폰 시제품을 공급했다. 또 5G 기능이 적용된 첫 갤럭시 스마트폰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5G 장비와 단말, 칩셋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면서 "지난 2016년부터 5G 글로벌 표준화 논의를 주도하면서 선도 업체의 지위를 공고하게 다졌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화웨이 장비 기피바람과 함께 5G 시장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삼성이 통신장비 강자로 어디까지 비상할지 주목된다. 경기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은 베트남 박닌성 생산라인과 함께 앞으로 삼성전자 5G 장비 제조를 책임지게 된다. 이 생산라인은 수원에 있는 5G 연구개발(R&D) 조직과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경북 구미에 있던 네트워크 생산라인을 옮겨온 것이다. 5G는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으로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등 새 서비스 확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GSA(세계이동통신공급자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화웨이는 전 세계적으로 LTE를 공급하는 634개 이통사 중 288개 사업자(45.4%)에 LTE 장비를 공급하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총 11개사에 LTE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2020년까지 5G세계 시장은 약 110억 달러(12조2000억원), 2G, 3G, 4G를 포함하면 약 250억달러(27조6000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의 글로벌 LTE 네트워크 장비 시장 점유율은 5% 내외다. 작년 2분기 11.0%(시장조사업체 델오로 조사)로 늘어났지만, 화웨이(28.9%), 에릭슨(27.6%), 노키아(25.8%)와 비교하면 존재감이 작은 편이다.
삼성이 이처럼 장비시장에서 맥을 못추는 데는 김대중 정부 말기, 와이브로 장비의 인도시장 진출 실패원인이 가장 컸다. 인도는 당시 3세대서비스로 삼성의 와이브로를 채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화웨이 장비 밀어주기’로 막판에 쓴 맛을 봤다. 더구나 당시 화웨이 3세대통신장비는 개발되지도 않았었다. 2년이 지나서 상용화됐다. 또 삼성이 최지성 부회장 체제에 들어서면서 장비사업부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것도 침체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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